서해 꽃게잡이철 불구 지난 11일 이후 '황금어장' 연평도 북방 해역서 자취 감춰...어민들 "제2의 연평도 포격 사태 전조?" 불안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해마다 봄철이면 서해 앞 바다에서 기승을 부리던 불법조업 중국 어선들이 최근 크게 줄어들자, 해경은 강화된 단속 때문이라며 '자화자찬'에 나섰다. 하지만 서해 어민들은 유독 연평도 북방 해역에서만 중국 어선이 사라진 점 등을 들어 2010년 연평도 포격때처럼 '불행한 사태'의 징조일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19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 숫자가 하루 50척 미만이다. 이는 지난해 4월1~15일까지 하루 평균 210척이 출몰했던 것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해경은 이를 두고 강화된 단속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경은 최근 "상반기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응은 A+"라며 "지난 4일 함정 12척ㆍ400여명의 특공대원으로 구성해 편성한 '서해5도특별경비단' 등이 불법 조업을 강력하게 단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로 설치된 인공어초 등으로 진입이 어려워졌고, 그동안 중국 당국 측에 불법 조업 자체 단속을 촉구해 중국 해경 측의 자체 계도 활동이 강화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연평도 어민들은 해경의 단속 효과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민들은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사태를 전후해 북한이 중국 어선들의 출입을 금지시키는 바람에 단 한 척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을 떠올리고 있다.
실제 서해 NLL 인근 해역 중 다른 곳의 중국 어선들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한 것에 반해 연평도 북방 해역만 유독 지난 11일 이후 단 한 척의 중국 어선도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곳은 서해에서 가장 꽃게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서해 북방 해역에 나타나는 중국어선의 대부분(지난해 하루 평균 130여척)이 몰려든다. 올해도 3월 말부터 꽃게 성어기가 시작되자 4월 초 한때 100여척이 출현했지만 돌연 모두 사라져 버린 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사드 배치(THAAD)와 관련돼 한ㆍ중 관계가 경색 국면인데다 북한 핵 개발 갈등으로 미국이 대형 항공모함을 증파하는 등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도 어민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해경들이 10년도 더 된 낡은 버스를 타고 다니는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24시간 경비를 선 덕에 중국 어선들이 더 이상 예전처럼 만만하게 불법 조업을 일삼지 못하게 됐다"면서도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중국어선들이 사라진 적은 없어 오히려 불안하다. 지난번 피폭 사태때도 북한이 중국 어선들을 싹 내 보낸 적이 있는 데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불안한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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