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빵 터지는 예능프로에 그들 핏방울이 맺혀있다

시계아이콘01분 5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방송사 노동관행 언제까지...방송작가, 조연출의 한숨

빵 터지는 예능프로에 그들 핏방울이 맺혀있다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AD


#종편 시사·교양 프로그램 조연출 A씨는 자신을 '욕먹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선배들이 줄곧 "조연출은 듣고 흘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말에 조연출은 욕먹는 사람이라는 전제가 있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는 조연출을 향한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다. 여자 조연출에게는 함부로 스킨십을 할 때도 있다. 부당함을 견디지 못하는 조연출에게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돌아간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 작가 B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외에 업무의 장점은 없다"고 말한다. 휴일이나 퇴근시간이 보장돼 있지 않고 급여는 적다. 주1회 방영되는 프로그램의 막내작가인 B씨는 회차당 40만원을 지급받는다. 불방 및 결방 시엔 이마저도 지급되지 않는다. B씨는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3개월이 지난 다음에야 임금을 받은 적도 있었다"고 고백한다.


작가, 조연출 등 방송사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 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인권과 정의를 부르짖는 '미디어'가 이들을 쓰고 버린다. 이들은 강한 노동 강도에 반비례하는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몸서리를 친다.

지난해 언론노조가 발표한 '방송작가 노동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3.8시간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상 최대 노동시간인 52시간을 넘게 일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47%에 달했다. 막내작가의 월 평균 수입은 120만 6259원으로, 시간당 급여로 계산하면 3880원이었다. 이는 2016년 최저임금인 6030원에 현저히 못 미치는 수치다.


조연출도 마찬가지다. 201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방송영상 제작스태프의 근로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제작 스태프의 월평균 임금은 약 159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대가 42.3%, 100만원 미만인 경우도 17.8%에 달했다. 2015년 '한국방송스태프 노동조합'이 출범한 이후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은 근로자처럼 보호는 사업자처럼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한다. 작가와 조연출 등은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에 해당하는 프리랜서다.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4대 보험 가입, 근로계약서 작성, 퇴직금 지급 등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작가와 조연출 등은 방송사의 업무·지휘 감독 하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상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근로 감독을 해야 할 정부 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작가를 위한 표준집필계약서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근로가 아닌 집필이기 때문에 집필활동을 하지 않는 막내작가는 제외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방송작가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건 어렵다"며 "보조작가는 스태프 근로계약서를 쓰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는 2014년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를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에 그쳐 실질적인 적용률이 낮다. 2015년 문체부가 발간한 '2015 방송 분야 표준계약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만이 표준계약서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60~70%는 '자체 계약서 사용'과 '구두 계약이 관행'이란 이유로 표준계약서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노동관행 바뀔 수 있나…열쇠는 '근로자성' 인정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게 핵심이다. 노동조합 조직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근로자의 범위는 보다 포괄적이기 때문이다. 노조법에서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한다.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에서는 방송작가 노동조합 출범을 앞두고 있다. 노조법상 명시된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아 처우 개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언론노조의 한 관계자는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일하는 방송작가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2015년에 출범한 한국방송스태프노조의 대해선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무법인 '여는'의 신선아 변호사는 "최근 판례에서 프리랜서가 근로자성을 인정받는 등 대법원의 판결이 진전되고 있다"며 "상당수 방송사 비정규직 역시 근로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사용자들이 알아서 노동관행을 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정부가 표준근로계약서를 마련하거나 근로 감독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