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렸다. 당시 개발한 대표적인 미사일이 순항미사일의 원조격으로 꼽히는 'V1' 미사일이다. 독일은 프랑스를 점령한 뒤 이 미사일을 배치해 런던 등을 향해 집중 발사했다. 비행기를 이용한 폭격은 많은 파일럿의 희생이 필요했는데, 미사일은 그런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미사일로 세계를 정복하려던 독일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명중률이 너무 낮았다. 속도도 늦었다. 1944년 6월13일부터 1945년 3월29일까지 미사일 1만여 발을 영국에 쐈지만, 사망자는 6184명에 그쳤다. 당시 기술로 무인 미사일의 적중률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속도가 느리다 보니 영국군의 기관총과 대공포 사격에 상당수가 공중에서 사라졌다. 독일은 당시 3만 발이 넘는 미사일을 생산했다.
냉전시대에는 소련이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했다. 해군 전투력에서 미국에 밀리자 정확성이 높은 순항미사일이 절실했다. 미국은 1960년대에 고체추진 방식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내고 있었다. 소련제 순항미사일은 1967년 이집트 해군이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로 이스라엘 해군의 에일라트 구축함을 격침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스틱스 쇼크'로 기억된 이 사건 이후 미국은 다급하게 순항미사일을 개발했다. 1977년 '하푼' 미사일이 미 해군에 배치된다. 1983년에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로 진화했다.
토마호크는 크기가 작고 지상 7~100m에서 비행할 수 있다. 방공레이더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탄두에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까지 장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명중률이 높다. 신형의 경우 관성항법장치(INS)나 위성항법장치(GPS) 외에 지형대형 유도방식(TERCOM), 영상대조유도장치(DSMAC) 등의 최첨단 유도체계를 활용해 반경 90m 내에서 90~95%의 명중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걸프전을 비롯 2003년 이라크 침공, 2011년 리비아 공습과 9·11 테러 뒤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격에서 토마호크가 위력을 발휘했다. 토마호크는 미국의 군사개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탄도미사일은 대기권 안팎으로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간다.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로켓과 같은 원리다. 이 역시 독일이 가장 앞서 개발했다. 지금은 대륙간을 비행할 수 있는 사정거리 1만km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배치돼 있다. 북한이 ICBM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때 미국인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본토까지 사정권에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북한 핵실험이 이어지면서 공포감은 극대화 되고 있다.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해 선제타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이 지난 9일(현지시간) 밝혔다.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훈련(FE) 일환으로 지난달 한반도 해상에 진입했던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는 호주로 이동하다 말고 다시 한반도 쪽으로 항로를 급히 돌렸다. 일본 요코스카에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배치돼 있다.
북한 핵실험을 중단하라는 무력시위일 가능성이 크지만, 만약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TV를 통해서만 본 토마호크 발사가 한반도 주변에서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어쩌면 미국을 이만큼 흔들어 놓은 것만으로도 북한은 이미 목표를 달성했을 수 있다. 남은 것은 상황을 급반전시킬 전격적인 대화일테다.
조영주 경제부 차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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