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과부하 시대' 스피더·스프리츠 등 '속독 앱' 등장
1~3단어를 빠른 속도로 화면에 차례로 보여주는 방식
속독 앱들 "분당 500단어, 1000단어 읽기 가능" 주장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정보 과부하' 시대다. 우리는 매일같이 이메일, 보고서, 신문기사를 읽고 이해하고 써야 한다. 매일 수만, 수십만의 단어, 글과 씨름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그렇다면, 읽는 속도를 두배, 세배 빠르게 향상시키면 어떻게 될까. 빠른 읽기를 돕는 '속독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고 있다. 속독은, 이를 돕는 앱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10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스피더', '스프리츠' 등 속독을 돕는 앱들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당신은 점심시간에 소설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속독 앱들의 기본 원리는 '신속 순차 시각 제시(Rapid Serial Visual Presentation)'다. 개별 단어 또는 2~3 개의 단어들이 화면에 차례로 나타난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이를 함께 인식해 독서속도를 향상시킨다. 속도는 분당 300, 500, 1000, 2000단어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일반적인 독서속도는 분당 250단어 정도다. '눈도 깜박하지 마세요(Don't blink)' 영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독자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이다. 속독 앱들은 매달 4.99달러(약 5673원) 정도를 내면 사용할 수 있다.
스피더(Spreeder) 앱을 사용하면 매 순간 볼 수있는 단어의 수를 선택하고 단어가 나오는 속도를 변경할 수 있다. 3단어가 블록으로 튀어나오자 '동물 농장(조지오웰作)'을 분당 800단어 속도로 읽었다. 앱을 체험한 기자는 "감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언어의 리듬감을 잃어 버렸다"고 묘사했다.
스프리츠(Spritz)도 같은 방식의 앱이다. 특징은 각 단어의 중간 지점 바로 앞의 한 글자가 빨간색으로 강조 표시된다는 것이다. 화면의 정확한 지점(최적 인식 지점)에 집중하도록 한다. 이 기술로 1분당 700개 단어를 읽을 수 있었다는 기자는 "간단한 단락의 의미를 파악하며 읽을 수 있다"면서도 "독서의 상상력을 제한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 연구진의 프로젝트 "읽을 거리는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없다(So Much to Read, So Little Time)"라는 연구자료를 인용해 속독앱들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속독은 각 단어에 대해 약 0.25 초 지속되는 눈 초점의 간단한 '고정'에 의존한다. 초점은 다음 단어로의 전환을 위해 약 0.1초 동안 안구운동을 한다. 눈은 앞으로 나아가는 등 순간적으로 계속 움직이고 무의식적으로 뒷부분으로 다시 움직여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확인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의 어떤 부분을 제거시키는 것이 이해력과 보존력을 상실하게한다"고 밝혔다.
스피더와 스프리츠 같은 속독 앱들이 세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음 상황에서의 집중력, 다시 읽기, 단어 사이의 시간이다.
연구진이 독서 중 끊임없이 윙윙 거리게하자 이해가 급격히 떨어졌다. 사람들은 단어를 보았을 때 즉각적으로 단어의 소리를 생각해내 단어를 이해하려 한다. 소음이 있을 때에는 속독이 무의미해 지는 것이다.
속독 앱을 사용하면 문구나 문장을 다시 읽어야 했다. 일부 앱은 이를 인식하고 되감기 버튼을 추가했다. 몇번을 다시 읽음으로써 독서 속도를 향상시키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세번째는 읽기의 리듬이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시간은 우리의 두뇌가 텍스트를 이해하는 공간이다. 속독 앱들은 이 공간을 내주지 않고 독서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잠재 의식은 초당 2000만 비트의 정보를 처리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가 의식하는 속도는 언제나 초당 약 40 비트 정도"라며 "더 빨리 읽으려하지 않고 보다 선별적으로 읽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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