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서 화제된 글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문자나 메일, 댓글, 포스팅 등 온라인 상의 사용 언어에 대한 내용으로, '…'와 '~'의 잦은 사용이 노화의 증거라는 한 네티즌의 언급이 많은 공감을 자아냈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이모티콘 사용법과 달리 나이 든 사람들은 말줄임표와 물결을 사용한다는 건데, SNS에서도 해당 기사가 공유되며 공감과 동의의 댓글들이 달렸고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증거라며 엄살스런 댓글들도 있었다.
수치적 통계가 아니어도, 온라인상에서 많은 공유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명제는 사실을 제법 반영하기도 한다. <인사이트(insight)를 신속히 얻을 수 있어 통계나 학술 자료 대신 활용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빅데이터 분석'은 온라인 상의 공유와 공감들을 분석하기도 한다>
일단 나부터 흠칫 놀랐다. 둘 다 내가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의 나는 말줄임표 없이는 소통(생각 전달)에 어려움을 느낄 정도인데, 수년 전만 해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모티콘이야 오래 전부터 문자 이모티콘(^^, ㅠㅠ, ㅋㅋ 등)부터 애니메이션 이모티콘까지 나름 유행에 뒤쳐지지 않게 사용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이모티콘을 잘 활용하면서 왜 무심코 '…'와 '~' 또한 사용하는지, 왜 말마따나 나이 들수록 말줄임표와 친해지려는 것인지, 왜 굳이 문장을 마침표(.)로 마감하지 않고 '…'으로 열어두는 것인지, 왜 구절과 구절 사이, 단어와 단어 사이를 '…'로 유예하려는 것인지, 왜 '~'로 감정의 여운을 띄우는 것인지에 대해.
공통된 학습 체계도 없고 표준 사용 규칙도 없이, 간단히 문자와 기호로 구성된 온라인의 이모티콘(ㅠㅠ, ㅋ, ㅎ, ^^, @.@ 등)들은 언어의 특성(사회성, 역사성, 창조성 등)을 함유한 채 하나의 문화로 활발히 통용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생물학적 유전자(gene)에 대응하는 문화 유전자, 밈(meme)을 제시했다. Meme은 실체의 유전자(gene)와는 달리 실체가 아닌 개념으로, 유전자처럼 복제, 변이, 피선택, 이기(利己)의 특성을 지닌 '문화 모방/전달 단위'로 정의된다. 단순히 말하면, '모방-변이-전달'되며 '유행'을 이루는 문화의 단위 혹은 요소라 할 수 있다. 뇌에 저장되고 다른 뇌로 전달, 전파되기에 기억이 쉽고 명확한 요소일수록 전파성이 높아 사회에서 선택돼 살아남는 밈이 되는 것이다. 표정과 행위를 형상화하고 감정을 표상화하여 인식과 기억이 수월하고, 자판만으로 구현과 재현이 쉬워 모방ㆍ전달이 용이한 이모티콘들은 온라인 문화의 대표적 밈(meme)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니, 이모티콘으로 분류하기 힘든 말줄임표와 물결기호는 밈(meme)으로 쉽게 단위화ㆍ도식화될 수 없고 모방ㆍ복제가 힘든 '개별 서사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희한하게도, 어리고 젊을 땐 분명 맑고 또랑또랑 불렀을 노래들을 세월이 갈수록 음표 사이사이 굴곡과 꺾임을 넣어 점점 끈적하고 곡진히 부르게 된다. 대체로 그런 경향을 보이는데, 사람의 살아온 날수에 비례해 깊어지고 다양히 분화했을 서사들, 그 서사들 속 고유한 추억, 그리움, 기쁨, 아픔, 회한, 미련들이 담겨서 일 것이다.
'…'와 '~'는 온라인 언어가 곡진히 표현할 수 없는 개별자들의 서사와 그 속에 자리한 이야기들일지 모른다. 온라인 속으로 구태여 혹은 절실히 쏟아져 들어온 한 사람의 생이 문자와 이모티콘 따위에 다 담길 수가 있겠나, 디지털로 간단히 약분될 수 없는 구성진(천연스럽고 구수한) 삶의 여운들을 어찌 한 점 마침표로 응축할 수 있겠나 말이다.
한편, 요즈음의 나는 전보다 부쩍 재즈를 찾아 듣는다. 감정을 걸러내지 않아 절박하게 끈적이는 블루스를 듣기도 한다. 또 어떤 날은 불현듯 떠오른 트로트를 찰지게 부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죽또~로옥~~ 사랑하면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 해~~" 그러니까 말이다. 이게 다…사람이 늙어서라기 보다…한 인간의 서사가 깊어지고 구성져서…그런 거라고~~
김소애, 한량과 낭인 사이 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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