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단체협의회, 긴급 기자회견서 성명서 발표…근로시간 단축 법안 수용불가, 보완책 마련 요구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중소기업계가 정치권의 근로시간 단축 입법 합의에 대해 수용 불가 차원에서 여야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관련 노동개혁 공약을 평가해 중소기업인들에 공개한다.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중소기업계는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중소기업계는 생존권 수호를 위해 우선적으로 여야 각 당 대선 후보들의 근로시간 단축과 해고기준 등 노동개혁 관련 공약을 평가해 중소기업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기업 현실을 외면한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벤처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5개 단체로 구성됐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라도 현실에서 따라갈 수 없다면 범법자만 양산할 뿐이며 법규범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도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각종 노동규제 강화 공약이 남발되는 것에 참담한 심정"이라며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업현실을 외면하는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0일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대폭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합의한 것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수용 불가 입장을 거듭 나타낸 것이다. 환노위 법안소위 합의안은 근로시간 단축과 휴일근로 중복할증 인정, 특별연장근로 불허 등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그간 노사정을 비롯한 여러 경제사회 주체들의 대화와 토론, 합의과정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국회의 입법안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계는 국회 환노위의 합의에 대해 21일 논평을 내고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으며 24일에는 국회 원내대표ㆍ환노위원장실을 방문해 입장을 전달했다. 환노위는 개정안을 23일 최종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27일 오후 소위를 열고 미합의 쟁점사항 등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논의 중인 국회 단축안은 2015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안까지 무시하고 경영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는 내용이다. 노사정 합의에 포함됐던 산업현장 부담과 근로자 소득 감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빠졌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근로시간 단축과 더불어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중복할증까지 인정된다면 중소기업의 연간 추가부담액은 8조6000억원에 달한다"며 "만성적인 구인난 속에서 불가피하게 휴일근로를 실시하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는 우리 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장을 초래할 중대한 사안을 처리함에 있어 국회가 기업 현실을 신중히 살펴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우선 노사정 합의 정신을 존중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완책 마련을 요구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적용범위를 4단계로 세분화하고 시행시기를 연장해 달라는 것이다. 또 노사 합의시 추가 8시간까지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휴일 근로에 대한 중복할증을 현행과 같이 50%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극심한 실업난 속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중소기업의 부족인원이 26만명, 미충원인원이 8만명에 달하는 등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생산차질과 인력부족 심화 등 직격탄을 맞을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기업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 강화 일변도의 법개정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파견규제 완화, 해고 유연화, 성과에 기초한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개혁입법 논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단체협의회는 "2013년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국회에서 성급히 처리된 정년 연장 의무화 법안으로 인해 기업의 고용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대간 일자리 갈등이 심화됐다"며 "사업장마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산업현장이 혼란과 반목을 겪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법정근로시간을 4시간 줄이던 주 40시간제 도입 때도 총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현장은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었는데 최대 16시간을 줄여야 하는 법안을 이렇게 성급히 처리하는 것은 포퓰리즘에 입각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