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을지로 일대 가게 입구나 허름한 건물 계단 등서 1분에 2개꼴로 불법 광고물 쏟아져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영세 자영업자들이 불법 대부업의 유혹에 빠지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가 제도권 금융회사의 문턱을 넘기 어렵게 되자 가까이에 있는 불법 대부업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불법 대부업체란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부업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영업하면서 법정 최고이자율인 25%를 초과해 돈을 빌려 주는 업체나 등록 대부업체여도 연 27.9%를 초과해 대출해 주는 업체 말한다. 이들은 주로 급하게 돈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 가정주부, 청년 등을 타깃으로 영업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1시부터 1시간가량 자영업자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명동과 을지로 일대의 길에서 일수, 달돈(월수) 등의 단어가 적힌 명함 형태의 불법 대부업 광고물을 무려 127개나 주울 수 있었다. 1분에 2.1개꼴로 주은 셈이다. 물에 젖었거나 담뱃재 등과 뒤엉켜 있어 줍지 않은 광고물도 상당수였다.
불법 광고물은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 가게 입구나 허름한 건물 계단 등에 뿌려져 있었다. 불법 대부업이 영세 자영업자를 노리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또는 허위ㆍ과장광고로 적발된 온ㆍ오프라인 대부업 광고물은 1만4521건에 달한다.
길거리에 명함 형태나 전단지 등의 불법 광고물을 뿌리는 대부업체는 대부분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들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업체명이나 등록번호 등이 기재돼 있지 않고 휴대전화 번호만 있는 대부업 광고물은 십중팔구 미등록 불법 대부업체에서 살포한 것"이라며 "이들은 합법적인 업체인 것처럼 광고하지만 막상 연락해보면 법정 이자를 초과하는 고금리 영업을 한다"고 말했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선이자 공제, 복잡한 일수 또는 월수 이자 계산 등으로 연이율을 산정하기 어렵게 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최근 대부금융협회가 310건의 불법 대부업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 평균이자율이 연 2279%에 달했다.
불법 대부업은 음성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 규모를 정확히 알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불법 대부업 시장 규모는 약 24조1000억원, 이용자 수는 약 43만명으로 추정됐다.
온라인에서도 불법 대부업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온라인 광고들도 여성, 주부, 대학생, 청년 등 돈 구할 길 없는 저소득층을 노리고 있다.
각 지자체들은 불법 대부업체로 밝혀진 전화번호에 대해 이용 중지를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만 불법 대부업체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무리 급전이 필요하더라도 애초에 불법 대부업체에서는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불법 광고물을 인쇄ㆍ제작해 주는 인쇄업자들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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