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더불어민주당 등 원내교섭단체 4당이 주당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최장 근로시간'이라는 오명을 떼고 추가 일자리 창출효과까지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률 문제 등 이견이 큰 추가 쟁점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사업주 부담과 근로자 임금감소 등을 보완하는 방안이 부족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일자리로 이어지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당초 정부안과는 차이가 있다"며 "기업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 보완방안도 함께 담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1일 고용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오는 23일 소위와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지난 20일 환노위는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기본근로 40시간과 연장근로 12시간을 합쳐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법 개정안을 합의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부가 제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를 '7일'로 보고 주당 노동시간을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한 특별연장근로 8시간 등 최대 60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해 이번 4당의 안과는 차이가 있다.
4당은 산업계에 미칠 파급을 감안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의 기업에 대해서는 2019년 1월 1일부터, 300인 미만의 기업에는 2021년 1월 1일부터 새 법률에 의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추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일가정 양립문화를 정착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지난 25년 간 주 4시간 단축 및 주5일제 근무 도입을 통해 실 근로시간은 1∼4시간 줄었고, 고용은 1∼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며 이 마저도 2013년 이후 되레 늘고 있는 상태다.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이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멕시코와 그리스뿐이라는 점에서 장시간 노동문화를 뿌리 뽑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 같은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에는 기업의 인건비 상승부담과 근로자 소득감소 등 현실적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담기지 않아 논란도 예상된다. 40시간이 넘는 12시간 초과근로에 대한 할증률 문제 등에 대한 이견도 커 3월국회 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높다.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은 "주 근로시간을 연장근로 포함 52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위 위원 전체의 공감이 있었으나,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도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기본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으로 돼 있긴 하나, 그동안 고용부는 1주를 '7일'이 아닌 '5일'로 해석해 최대 노동시간은 68시간(기본 40+연장 12+휴일 16)까지 가능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근로시간을 무작정 단축시키는 것 보다는 인건비 상승부담 등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며 "성과와 연동해 단계적으로 개선해야 고용창출 등의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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