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경비원 처우개선을 위해 휴게시간과 근로시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은 불투명하다. 법적 강제성이 없어 사업주가 지키지 않더라도 처벌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정부가 발표한 고용노동관련 가이드라인만해도 공정인사지침, 일경험수련생 가이드라인 등 6∼7개에 달한다.
5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근로 휴게시간 구분에 관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학교 당직근로자 등 감시단속업무 종사자가 휴식 중 화재, 무단침입 등 돌발상황에 대응한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 또 근무장소를 벗어날 경우 임금감액이나 제재 등이 있어 강제로 대기해야 하는 시간도 근로시간이다. 반면 근무장소라 하더라도 근로자가 휴게장소로 택하면 근무시간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고용부는 그간 아파트 경비원의 휴게시간 등을 둘러싼 노사간 다툼이 비인간적 처우 등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자,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하고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이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사례, 판례, 행정해석 등을 통해 명확히 제시했다"며 "정당한 이유없이 근로자를 해고해서는 안되며 임금인상 회피 등을 목적으로 휴게시간을 과다하게 부여하거나 편법적으로 운영하지 않도록 권고사항도 함께 담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가이드라인은 법이 아니라 강제성이 없고, 사업주가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고용부의 복안 역시 현장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수준에 그친다.
정부는 올 들어 줄줄이 고용노동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월 저성과자 해고기준을 포함한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일경험수련생 가이드라인, 기간제 및 하도급 근로자 보호 가이드라인, 특수형태종사자 가이드라인, 전자근로계약서 활성화를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제ㆍ개정했다. 불확실성이 큰 분야에서 법을 보완하는 세부적 행정해석 기준을 제시한다는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모두 실효성에 의문표가 붙었다.
더욱이 기간제 등 일부 분야의 경우, 실질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게 아닌 생색내기 용이 아니냐는 비판마저도 나온다. 법도 제대로 안지키는데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느냐는 설명이다. 오히려 통상임금 지침처럼 향후 판례에 따라 뒤집히는 등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시단속근로자의 경우 지나치게 방치돼왔고 근로범위 등도 명확하지 않아, 우선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통해 관행ㆍ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읽힌다"며 "향후 입법으로 나아가야할 부분은 무엇인지 등 사회적 협의가 미진하다"는 평가했다. 이어 고용노동분야 전반에 대해 "가이드라인이 아닌, 궁극적으로 입법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항들도 있지만 최근 여야, 노동계 등 이해관계가 상충되다보니 입법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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