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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그림 이야기] 노년, 그 아름다움의 빛깔

시계아이콘02분 13초 소요

아름다운 노년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둠속에 빛나는 촛불과 같다 .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하여 공간 전체를 빛으로 물들일 수 있고 부드러운 따스함에 차가움을 녹일 수 있으며 다가가면 갈수록 세기가 강해져 환한 빛을 느끼게 하는 존재, 노년만이 가지는 고귀함이다.


노마식도(老馬識途)라 하여 늙은 말이 길을 안다는 뜻으로 연륜이 깊은 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구해야 한다는 사자성어가 있다. 세상 사는 올바른 이치에 세월의 무게가 더해져야 더욱 빛을 발하는 일이 어디 한두 개인가? 예부터 어수선한 현실을 바로 잡아줄 혜안은 삶의 경험이 쌓인 연장자를 통해 얻었다.

[소곤소곤 그림 이야기] 노년, 그 아름다움의 빛깔 마티아스스톰(1600-1649), 촛불 앞의 노파(1645), 캔버스에 유채, 푸쉬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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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앞에 두 손 모아 기도 드리는 노파한테서 삶의 연륜이 묻어난다. 주름투성이인 얼굴과 투박한 손, 남루한 옷차림의 노파지만 겸손과 절제를 품고 소망을 기원한다. 노파에게선 어떠한 과욕도, 과장도 찾을 수 없다. 생을 관조하고 세상 이치에 순응하며 쌓인 노년의 온화함이 아름답게 빛날 뿐이다.

세상 누구도 노인의 주름을 보고 비난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내보이는 아집, 불친절함, 괴팍함 등 정신의 주름살을 보며 늙음을 비난하는 거다. 아름다운 노년은 모두에게 존경받고 미숙한 젊음을 순화시키고 교화시킨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시대의 요구를 듣지 않고, 세대와 교감하지 않는 일그러진 노년들로 어지럽다. 젊은 세대는 연장자의 가르침을 지표 삼아 세상을 살아야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도 시대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 화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잘 물든 단풍이 화사한 봄꽃보다 예쁘다라고 법륜 스님이 말씀하셨다. 단풍은 낙엽 진 후에 책갈피에 꽂히지만 떨어진 꽃은 그대로 버려지는 거란다.
세월을 인내한 단풍의 고운 빛깔처럼 잘 늙은 노파의 주름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


[소곤소곤 그림 이야기] 노년, 그 아름다움의 빛깔 베르나르도스트로치(1581-1644), 거울 앞의 늙은 요부-바니타스(1615), 캔버스에 유채(132 x 108 cm) ,푸시킨 미술관


영원히 늙지 않는 젊음을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 불가능을 좇는 것만큼 허무한 일은 없다. 그림속의 노파는 젊음을 돌이키는 데 혼신을 다하는 듯하다. 쭈글쭈글한 가슴을 드러낸 채 정성 들여 머리를 빗고 비싼 깃털을 꽂고 제일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을 해 보지만 주름을 감출 수가 없다. 장미꽃을 들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듯 거울을 응시하는 모습 어디에도 젊음의 싱그러움은 없다. 심지어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심취한 듯한 노파의 나르시스에 슬쩍 웃음마저 난다.


반면 노파의 시중을 드는 하녀는 남루한 옷차림에 빗질조차 하지 않은 더벅머리의 여인이지만젊고 싱싱하다.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듯한 노파의 늙은 가슴이 터질 듯 탱탱한 하녀의 젊음과 비교되어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작가는 또한 한 손에는 젊음을 상징하는 장미를, 다른 한 손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금송화(장례식꽃)를 들고 있는 노파를 그려 생과 사의 아이러니를 극명히 보여준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허무하고 허무한 육체의 젊음이다. 인간은 태어난 그 시간부터 매 순간을 늙어간다. 늘 함께 할 것 같던 젊음의 찬란함도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 빛을 잃는다. 젊음을 돌이킬 순 없다. 그게 인생이다.


언제부터 인가 한국은 성형왕국이 돼 버렸다. 보톡스니 필러니, 젊음을 모방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아름다움에 도달하는 지름길이고 노화로 인한 얼굴 주름이 가난과 게으름의 상징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이다. 심지어 수백 명의 아까운 목숨이 바다에 수장될 때 대통령이 그 시간에 성형을 했느냐의 여부가 나라의 큰 이슈가 되었었다. 웃을 수도 없는 이 슬픈 현실을 옹호하려 일부 노년은 길거리에서 확성기를 들고 성형이 뭐 잘못이냐며 주름진 눈을 치켜 뜬 채 세상을 향해 삿대질 한다. 자연스럽게 형성되어야 할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도리가 악다구니에 묻히고, 소통하지 않는 고집이 세상에 지천인 현실이 너무도 답답하다.


[소곤소곤 그림 이야기] 노년, 그 아름다움의 빛깔 렘브란트(1606- 1669), 앉아 있는 노부인의 초상(1655년경), 캔버스에유채(87х72 см), 에르미타쥐 미술관


젊고 아름다운 사람은 자연의 산물이지만, 늙어 아름다운 사람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다라고 엘레노어 루스벨트가 말했다. 최고의 미적 가치라 할 수 있는 성숙미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무르익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고, 노력해야 한다. 설익은 그 무엇은 절대 감동을 줄 수 없다. 바닥을 응시하고 있는 렘브란트의 노파는 삶을 인내하고 생을 관조한 오래된 연륜에서 우러나는 원숙미가 있다. 그 노년의 아름다움이 렘브란트의 빛의 효과와 함께 우아하게 발현된다.


잡지 못할 젊음에 얽매여 현재를 손에 넣지 못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사람은 믿는 만큼, 자신감을 갖는 만큼, 희망하는 만큼 젊어질 수 있단다. 100세 시대를 살며 노년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새로운 사회계층이 형성되고 있다. 노년이 바로 서야 그 사회는 건강 해 진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소곤 그림 이야기] 노년, 그 아름다움의 빛깔 김희은 <소곤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 작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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