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콘 등 나폴레옹 유물 전시 갤러리 NS홈쇼핑 별관에 열어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나폴레옹의 모자가 단 1개였다면 가격이 1000억원에 이르렀을 겁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16일 경기도 판교 NS홈쇼핑 별관에서 나폴레옹 갤러리 개관식을 열기 직전 지인들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나폴레옹 갤러리는 김 회장이 경매에서 사들인 이각모(바이콘)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바이콘 외에 나폴레옹의 초상화, 덴마크 국왕으로부터 받은 훈장, 원정 시 사용하던 은잔 등 유물을 30여평 규모 아늑한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NS홈쇼핑은 이날부터 나폴레옹 갤러리를 사람들에게 무료로 개방했다.
김 회장은 별관 내 카페 '보나파르트'에 앉아 바이콘을 손에 넣었던 3년 전을 회상했다. 2014년 11월 당시 차를 타고 가던 김 회장은 라디오 뉴스에서 나폴레옹 바이콘 경매 소식을 전해듣고 불같이 '구매 전쟁'에 뛰어들었다. 경매 나흘 전이었다. 11살 때 축산 사업을 시작한 김 회장은 소년 시절부터 나폴레옹에 끌렸다. 도전 정신, 긍정적인 사고 등 나폴레옹의 특징이 자신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언제나 주변에 '전 세계, 시대를 통틀어 가장 긍정적인 사람이 나폴레옹'이라고 언급해왔다.
경매는 만만치 않았다. 경쟁자들을 차례로 물리치고 마지막으로 일본의 한 박물관과 2파전을 벌였다. 결국 나폴레옹 바이콘은 예상가 대비 5배가량 높은 188만4000유로(당시 환율로 약 26억원)에 김 회장 차지가 됐다. 김 회장은 "무조건 손에 넣기 위해 경매 중 휴대전화를 쥐고 대리인에게 '우선 지르고 보자'는 메시지를 계속 전했다"며 웃었다.
나폴레옹 갤러리에 전시된 바이콘은 1800년 5월 알프스를 넘은 나폴레옹이 한 달 뒤 이탈리아 마렝고 평원에서 오스트리아군과 치른 전투에서 직접 착용한 것이다. 마렝고 전투는 나폴레옹이 패전 직전의 위기에서도 불굴의 의지와 리더십으로 전세를 뒤바꾼 싸움으로 유명하다. 세로 착용이 일반적인 바이콘을 가로로 쓰고 전투를 지휘하던 나폴레옹은 '박쥐'로 불렸다.
전투 승리 후 나폴레옹은 그의 수행 수의사 조셉 지로에게 바이콘을 선물했다. 이어 모나코 왕실에서 1926년 지로의 후손으로부터 바이콘을 사들여 소장했다.
김 회장은 바이콘 낙찰 때 쏟아지던 '기행' '돈 낭비' 등 논란에 "어린시절부터 나폴레옹의 긍정적인 사고에 감명 받았으며 단순히 모자만이 아닌 모자에 담긴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 정신을 산 것"이라며 "젊은 세대와 기업인 등이 바이콘을 보고 기상과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공개 전시하겠다"고 담담하게 약속했다.
개관식 인사말에서 김 회장은 "전시까지 시간이 좀 지체됐지만 약속을 지켜 기쁘고 한편으론 어떻게 평가될지 설레기도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 속 하림에 따가운 시선이 쏠리는 데 대해 김 회장은 "AI 발생 356개 농장 가운데 하림 산하는 3곳"이라며 "1%도 채 안 돼 결과적으로 우리가 방어를 잘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부의 치킨 가격 개입에는 "부자연스러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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