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확대한다. 올해만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고용률을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직업계고) 수준인 7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청년층에서도 특히 취약한 사각지대를 집중적으로 겨냥해 지원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단기적 대책일 뿐 직업계고 정원을 확대하는 방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8일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반계 고교를 다니면서 대학진학 대신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한 '일반계고 비진학자 취업지원서비스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그간 청년고용대책이 대학 재학ㆍ졸업생 또는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 등 직업계 고교생들을 중심으로만 이뤄져, 상대적으로 취업여건이 더 좋지 않은 일반계고 비진학자층은 사각지대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5~29세 일반계고 비진학자는 2013년 41만6000명에서 지난해 53만명으로 전체 청년층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학진학을 원치 않음에도 일반계고 재학생이라는 이유로 진로탐색과 직업교육 기회가 적었던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해, 이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겠다"고 설명했다.
먼저 정부는 올해 일반계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위탁 직업교육 규모를 1만4000명으로 전년(6000명) 대비 두 배 이상 확대한다. 1년 과정 8000명(688억원), 6개월 과정 6000명(하반기, 310억원) 등 일반고 특화과정 교육에 총 1000억원 상당을 투입한다. 1년 과정 수업을 듣는 학생의 경우 한 달에 86만원을 지원받는 셈이 된다.
또한 위탁교육을 전담하는 공립학교인 산업정보학교 설치를 추진하는 한편, 전문대 위탁 직업교육 규모도 지난해 400명에서 올해 1000여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훈련 직종 역시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 서비스 직종 등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일반계고 비진학 졸업자 9만6000명 중 위탁 직업교육을 받은 이는 1만3000명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산업정보학교 재학생도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에 참여하면 월 20만원의 2단계 훈련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관련 예산은 30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수차례 도마 위에 올랐던 직업교육의 질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우수 훈련기관에 대해서는 3년간 훈련과정 운영권을 부여하고 신규공모 시 가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일반고 특화과정을 운영하는 산업정보학교가 직업훈련기관으로 인증 받을 시 고용보험기금 등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밖에 진로상담부터 알선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취성패, 매칭 형태로 목돈마련을 돕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기존 제도와 연계해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선학교의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도 대책에 포함됐다. 나영돈 고용부 노동시장정책관은 "지금까지 일반계고 내 진로상담은 대학진학 위주에 머물러 취업과 관련한 고용서비스는 부족했다"며 "앞으로는 학교 교육 내에서 취업상담은 물론 체계적인 사후관리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청년 실업난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사각지대나 다름없는 일반계 고졸 청년층을 대상으로 질낮은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졸 청년이 취업하는데 소요되는 평균 기간은 8.1개월, 비정규직 비율은 22.0%인데 반해, 고졸 청년은 14.9개월, 31.6%로 파악됐다. 특히 고졸 가운데서도 일반계고 비진학자(16.9개월, 36.0%)의 취업여건과 일자리 질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일반계고 비진학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4.4%로 대학졸업생(81.6%)은 물론, 직업계고 졸업생(77.2%), 대학중퇴자(79.5%) 등 다른 고졸들보다도 훨씬 낮았다. 고용률 역시 일반계고 비진학자는 가장 낮은 67.2%에 그쳤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일반계고 비진학자의 고용률을 직업계고 고용률(70.3%)과 비슷한 7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는 고졸 실업률 개선 외에 고졸 인력을 필요로 하는 노동시장의 추가 수요에 대응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대책일 뿐 장기적으로는 특성화고 등 직업계고 정원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반계고 비진학자 대부분이 특성화고ㆍ마이스터고에 지원했다가 진학하지 못한 이들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직업계고 입학 희망자는 14만2000명, 진학자는 10만5000명으로 집계돼, 3만7000명의 초과수요가 존재한다.
나 국장은 "일반계고 비진학자는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일자리의 질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돼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들이 원활히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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