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문재인 스토리' 발간
문재인의 오랜 친구와 이웃들이 털어 놓은 '인간 문재인'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1. 2004년 10월 노무현 대통령이 당시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산림청장과 함께 북악산을 등반하자고 했다. 관악산까지 한 눈에 보이는 북악산 정상에 오르자 노 대통령은 유 청장에게 “북악산을 대통령 혼자 차지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기고를 신문에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청에서 북악산 개방을 위해 서울 시내 성곽 실태 조사에 들어가자 대통령 경호실에서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방부와 산림청 등이 자기 일이 아니라며 손을 놓고 있자 유 청장은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도움을 청했다. 문 수석은 반대 의견을 억지로 눌러서는 안 된다면서 절충안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유 청장은 북악산 전체가 아닌 서울 성곽 개방이라는 절충안을 냈고, 대통령이 독차지하던 북악산은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 청장이 문 수석에게 북악산 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를 물었더니 “선조들이 국민 모두에게 남긴 유산인데 이렇게 막고 있으면 안 되는 것이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2. 문재인 전 대표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에 발령 받자, 국내 굴지의 해운회사 소속 선장이던 문 전 대표 동생이 육상직으로 발령났다. 문 전 대표 동생은 한국 해양대를 졸업한 뒤 선원으로 출발해 선장이 된 ‘바다 사나이’인데 회사에서 갑자기 육상직으로 발령을 낸 것이다.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해상직과 달리 육상직은 집에서 출퇴근하면서 근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소식을 들은 문 전 대표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너에게 그렇게 대우를 해도 너희 회사에 도움을 줄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다시 배를 타러 가라”고 말했다. 형의 깔끔하고 단호한 호통에 동생은 회사에 해상직으로 보직 변경을 신청했다. 바다로 돌아간 바다 사나이는 지금도 배를 타고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있다.
#3. 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일하게 되자 아내인 김정숙 씨에게 자신이 청와대에 있는 동안 백화점을 출입하지 말라고 했다. 공직자 부인들과의 교류에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전 대표가 부산에서 변호사를 하던 시절 부인이 아파트 청약 저축에 가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화를 낸 일이 있다. 김정숙 씨는 그게 무슨 큰 잘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 변호사는 “청약 저축은 집 없는 사람들에게 우선 분양권을 주기 위한 제도다. 그러니 우리처럼 집 있는 사람들은 가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정숙 씨는 자신들의 삶을 ‘부와 맞바꾼 자부심’이라고 표현한다고 한다.
최근 발간된 ‘문재인 스토리’에 나와 있는 에피소드들이다.
이 책에는 유력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의 어릴 적 친구와 학교 동창, 군대동기, 이웃들이 털어 놓은 56가지 사연이 담겨 있다.
인간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소소한 얘기들을 함민복·김민정 시인이 엮었다.
지난해 6월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을 방문했을 때 현지 트래킹 가이드가 문 전 대표의 눈물을 보고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지겠죠?"
경희대 법대 시절 부인 김정숙씨와 축제 파트너로 만난 일화와 신혼 때 이야기,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시인 안도현·박성우, 소설가 백가흠·이유·황현진·이재은 등이 책을 기획하고 자료를 수집했다.
'문재인과 전우들의 모임', 다음카페 '젠틀제인'·'문팬'도 힘을 보탰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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