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전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18일 소환했다. 구속수감 뒤 첫 소환이다.
특검은 이번 소환을 시작으로 향후 이 부회장을 잇따라 불러 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최순실씨와 함께 뇌물수수 공모자로 지목된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각도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그간 혐의를 전면 부인해온 이 부회장의 진술 태도가 달라질 지도 관심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을 서울 대치동 조사실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후 2시18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특검에 도착했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입는 수의가 아닌 사복 차림으로 포승줄에 묶인 채 호송차에서 내려 조사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구속된 심경이 어떤지, 박 대통령 독대 때 경영권 승계 관련 요청을 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전날 오전 5시40분께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직후 심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그는 6.56㎡(약 1.9평)짜리 독방(독거실)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앞서 지난 14일 뇌물공여ㆍ재산 국외도피 및 은닉ㆍ횡령ㆍ국회 위증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면서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이 이날 이후 이 부회장을 상대로 진행할 조사는 박 대통령과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는 건 핵심 혐의인 뇌물공여 행위에 대한 특검의 소명이 어느 정도 이뤄졌음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이는 동시에 '뇌물공여자 이재용-뇌물수수 공모자 박근혜ㆍ최순실'이라는 특검의 도식 또한 법원이 받아들였다는 걸 의미한다.
특검이 세운 이 부회장 혐의의 뼈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중요한 과정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권력의 지원을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최씨의 딸이자 승마선수인 정유라씨 측에 약 430억원의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검이 규정한 430억원에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등 '박근혜ㆍ최순실 재단'에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 최씨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했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특혜지원한 16억여원 등이 모두 포함됐다.
특검은 이와 관련한 추가 수사를 통해 청와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삼성합병 조사 과정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 '삼성합병'에 대한 청와대ㆍ정부의 움직임이 우연한 게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특검은 아울러 이 부회장 측이 30억원 가까이 나간다는 명마(名馬)로 알려진 '블라디미르'를 정씨에게 우회제공한 정황도 포착했다.
나아가 박 대통령과 최씨가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570회 가량 차명폰으로 통화를 하고 최씨가 독일로 도피해있던 같은해 9월3일부터 10월30 사이에만 127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해 '공여자 이재용-수수 공모자 박근혜ㆍ최순실'이라는 도식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검은 이밖에 이 부회장 측이 최씨의 독일 회사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78억원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허위 계약서가 작성된 사실도 밝혀냈다. 특검이 두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산 국외도피 및 은닉 혐의를 추가한 배경이다.
특검은 한 편으로 최씨를 소환해 뇌물혐의 조사를 한 뒤 신문 조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의 완결성을 높여왔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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