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충무로에서]국가송사(國家訟事), 길어지면 안된다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충무로에서]국가송사(國家訟事), 길어지면 안된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AD

 집안을 망치고 가세를 기울게 하는 여러 사건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송사(訟事)이다. 열심히 소송을 계속해 본들 상대도 마찬가지로 대응을 하기 때문에 끝없는 소모전 양상이 되기 쉽고 기간에 비례하여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재판을 길게 가져간다고 꼭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재판결과는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 재판정 내에 놓인 증거들로만 재구성된 '사법적 진실'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송사는 삼가고, 가능한 송사 전에 화해하라"고 권하는 것이 고금의 지혜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같은 소모적 송사의 늪에 대한민국 전체가 빠져들고 말았다. 대통령이 국회탄핵을 받아 헌법재판소에 회부되었고 대통령의 뜻을 충실하게 수행했던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었으며 대기업 총수들이 피의자 혹은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다니고 있다. '영장청구', '인용이나 기각'같은 법적 단어들이 뉴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일반인들이 술자리 안주삼아 법리(法理)를 토론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사태가 벌써 몇 달째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촛불민심'과 야권은 이미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 하고 조기대선 채비에 들어간 반면 탄핵의 당사자인 대통령이나 '깃발민심'은 억울한 누명이라면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은 채 SNS여론전과 가두전을 벌이고 있다.


개인이나 집안도 송사를 오래하면 가세가 기우는데 하물며 국가 지도자와 관련한 송사가 길어지면 나라 전체가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되는지 최근의 국내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의 노골적인 제재가 계속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열풍이 거세지며 일본 아베정권이 독도문제를 노골적으로 외쳐대도 이걸 조율하고 세련된 외교,통상정책으로 풀어나갈 주체가 없다. 행정부도 마찬가지. 고위 공무원들이 줄줄이 사법적 재단의 대상이 되고 검찰이 행정부를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며 수많은 하위 공무원들까지 수사대상이 되어 '멘붕'상태인데, 누가 책임지고 국가행정을 집행할까?

더 큰 문제는 경제계까지 얼어붙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재단 출연에 앞장섰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위기에 놓였고 일부 대기업 총수들은 피해자인지 피의자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국회와 검찰, 특검에 불려 다니느라 신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실행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언제 다시 검찰이 들이닥칠지 모르고 언제 피의자가 되어 구속될지 모르는데 사업계획이 제대로 눈에 들어올 리가 있나? 환율과 이자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산업 구조조정 필요성이 눈앞에 닥쳤는데도 위기관리 체제는 가동되지 않고 그 사이에 실업자 수는 100만을 넘어섰다.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이다.


박헌철 전 헌법재판소 소장이 퇴임직전 "3월13일까지는 탄핵심판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길어지는 국가송사로 인한 엄청난 피해와 탄핵심판 결정의 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이든 국가든 송사는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으며 갈등을 해결하는 최후의 수단에 불과하다.


송사가 계속 길어질 경우 벌어질 엄청난 국가 피해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혼란은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할까? 국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시점에 위기관리는 대체 누가 해야 하나? '사법적 진실'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현재로서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국정공백과 혼란이 필요이상 장기화되어서는 안되며 그 결과에는 어느 쪽이든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하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