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 가맹본부 횡포에 乙 가맹점주들은 '벙어리 냉가슴'
식당 직접 찾아 인테리어 비용, 매출액 등 파악…불공정 적발 시 제재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정부가 외식 프랜차이즈 '갑질' 관행을 손보기 위해 직접 현장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ㆍ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상반기 중 치킨ㆍ피자집 등 외식 가맹점 합동 실태 조사에 들어가기로 한 것. 정부가 외식 가맹점을 점검하는 것은 처음이다. 향후 제재, 자진 시정 등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공정위와 프랜차이즈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들과 외식 업종 가맹본부들의 정보공개서 허위 기재 여부를 현장 조사하기에 앞서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중 조사 대상 업체를 선정하고 늦어도 상반기 중에는 골목상권을 다니며 인테리어 비용, 가맹점 평균매출액 등을 속속들이 점검할 계획이다.
정부가 외식 가맹점을 찾아 실태 파악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 공정위는 신고를 받거나 간담회를 열어 가맹점주들의 애로사항을 접수했다. 구체적인 자료 파악은 '가해 당사자'인 가맹본부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을(乙)'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컨대 가맹점 인테리어는 정보공개서에 찍힌 산정 금액보다 비용이 더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가맹본부에 물었을 땐 '인테리어 업자와 가맹점주 간 거래라 잘 모른다' '별도 공사 때문'이라는 등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며 "지자체 도움을 받아 각 지역 가맹점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얼마가 들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불공정성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외식 업종 가맹본부들은 매장 인테리어 유지 기간을 3~4년으로 짧게 두고 가맹점에 지속적으로 리모델링을 권유한다. 가맹점주들은 본인 판단에 점포가 낡지 않고 멀쩡해 보여도 '갑(甲)'인 가맹본부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용하고 있다.
가맹본부가 가맹점 운영 희망자에게 평균 매출액을 '뻥튀기'해 알리는 행위도 현장 점검의 주요 타깃이다. 정부가 현장에서 생생한 정보를 얻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모습을 보이면 가맹본부 보복을 우려하는 가맹점주들의 마음도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외식 업종 가맹점주들과 가맹점사업자협의회 등은 가맹본부의 과도한 판촉ㆍ인테리어 비용 부담 강요, 상품ㆍ용역 구입 강제 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공정위에 'SOS'를 보냈으나 별다른 상황 개선을 체험하진 못했다.
여전히 일부 가맹본부는 표준가맹계약서나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맹본부-가맹점주 간 상생 협약 등을 등한시하고 있다. 오히려 불만을 표출하는 가맹점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보내기도 한다.
한편 정부는 외식 가맹점 현장 점검과 별도로 가맹본부들의 식부자재 구입 강제 등 다른 갑질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밥 프랜차이즈 바르다김선생 등 관련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업체를 중심으로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공정위는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