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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빠진 '오락가락' 역사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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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 정국 속 국정화 의지 약화 반영
검정교과서엔 대한민국 수립·정부수립 혼용


'올바른' 빠진 '오락가락' 역사교과서 지난달 3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이영 차관이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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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숱한 논란 속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완성됐지만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 온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표현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내년부터 사용할 검정교과서에는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용어를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돼 그동안 '대한민국 수립' 표현만을 고집해 온 정부 입장이 무색하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새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 대한민국 건국 시기 서술과 관련해 '대한민국 수립'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12월27일 국정교과서 단일화 정책을 포기하고 내년부터 국ㆍ검정을 혼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후에도 반대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2018년부터 사용할 검정교과서에 한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허용하며 비판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민국 건국 시기를 언제로 볼 것인가는 현대사 기술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간 가장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던 부분으로, 보수진영은 1948년 8월15일을 단순히 대한민국 정부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수립된 날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교육부도 대한민국 정통성 강화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진보진영은 이것이 이승만 전 대통령 등 '친일파' 세력을 대한민국 건국의 일등공신으로 탈바꿈시키고 항일운동과 임시정부의 역사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며 반발해 왔다.


하지만 이날 이영 교육부 차관은 "검정교과서 제작 시한이 촉박한 상황 속에서 해당 문구의 표현 하나를 놓고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은 안된다는 판단에서 두 가지 표현을 혼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다.


교육부가 그동안 고유명사처럼 강조해 사용하던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표현도 자취를 감췄다. 이 차관 역시 브리핑 내내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표현 대신 줄곧 '국정 역사교과서'라고 지칭했다. 불과 한 달 전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역사교과서 국ㆍ검정 혼용 방침을 발표할 당시까지만 해도 수차례 강조하며 사용하던 표현이 일순간 사라진 셈이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또한 탄핵 정국 등 여러 정치적 이유로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추진 의지가 상당히 약화됐음을 반증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국ㆍ검정 혼용방침이 정해진만큼 국정교과서만 옳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표현 대신 '국정 역사교과서'로 바꾼 것"이라며 "이제는 국정 교과서도 다른 검정 교과서와 마찬가지로 교과서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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