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0년대를 거치면서 부채 규모는 GDP의 100%를 넘어섰고, 지난 2010년에는 200%를 돌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국가부채는 2014년 기준 GDP의 247% 수준까지 올라섰다.
주요국 가운데서도 독보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지난해 재정 문제로 유럽 대륙을 뒤흔들었던 그리스조차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일본보다 낮은 179%였다.
30년만에 국가부채가 GDP의 절반에서 2배가 껑충 뛰어오르게 된 이유는 뭘까. 답은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이라 불리는 1990년대에 있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찾아온 엔고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금리를 빠르게 내리며 자산 버블을 키웠다.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시장에 끼었던 자산 버블이 1992년 일시에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더욱 큰 침체로 빠져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고 공공사업을 크게 확대했다. 도로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을 통해 돈이 돌게 하려 한 것이다.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일본 정부는 6차례에 걸쳐 65조5000억엔(약 668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이 기간 동안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연 7~10% 급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현 아베정부 이전까지 경기부양용 재정지출 규모는 339조7000억엔으로, 이는 2015년 일반 회계예산의 3.5배 수준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요인에 재정지출이 좌우되면서 경기부양 효과는 미미했다.
인구구조 고령화에 따른 사회복지지출 증가도 국가부채 증가에 한몫했다. 지난 2014년 기준 일본의 사회복지지출 규모는 110조엔으로, 이에 상응하는 재원은 사회보장기여금과 지방세 및 자산소득 이외에 29조7000억엔의 국채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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