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의 주택용 소화시설 의무화 정책을 놓고 '전시성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적극적인 보급 정책은 외면한 채 실효성 없는 홍보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화기ㆍ단독 경보형 감지기 등을 말한다. 2012년 관련법 개정에 따라 다음달 5일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신축 주택은 이미 2012년 8월부터 의무화됐다. 화재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주택 화재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실제 지난해 주택 화재는 전체의 18%였지만 사망자 수는 절반(49%)이나 차지했다.
단독 경보형 감지기나 소화기를 설치하면 화재시 경보가 울려 초기 진화ㆍ대피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다. 미국의 경우 1977년 의무화 후 화재 사망자 수가 연 60%나 줄어들었다.
우리나라는 아직 설치율이 낮다. 전국 일반 주택 980만개 중 20% 안팎만 설치돼 있다. 2012년 입법화 이후 5년째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설치율은 여전히 20%대에 머물고 있다.
안전처가 각종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긴 하다. 지난해 205개 소방서에 원스톱 지원센터를 만들어 구매 편의를 돕고 설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명절 때마다 '고향집에 소화기 선물하기'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번 설을 앞두고도 역ㆍ터미널ㆍ톨게이트ㆍ전통시장 등에서 홍보 캠페인을 벌인다. 직원 성금을 모아 저소득층 대상 무료 보급 활동도 2회째 진행 중이다.
의무화만 됐지 처벌 조항은 없는데다가, 인센티브나 벌칙ㆍ제재 강화, 실효적ㆍ현실적ㆍ적극적 보급 정책이 아닌 이벤트성 보급 행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 주택 내 화재감지기를 지역 소방서에 연결해 원격관리 시스템을 갖춘다면 보다 신속ㆍ안전한 화재 관리가 될 것이다. 또 주택 매매시 체크 목록에 소방시설 유무를 확인하도록 하고, 주택 화재로 인한 보험 보상액 산정시 소방시설 설치ㆍ관리 유무를 반영하도록 한다면 '알아서들' 소화기ㆍ감지기를 구입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윤명오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국 등 선진국에 조차 캠페인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게 입증이 돼 있는 상태"라며 "소방공무원들에게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건의해봐도 실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범부처간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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