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소통 창구 확대 계획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정모씨(39)는 10세, 13세의 두 자녀를 둔 워킹맘(일하는 엄마)이다. 가능한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기 위해 오후 6시 퇴근시간이 되면 부지런히 짐을 챙겨 회사를 나서 오후 7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면 집에 도착한다.
여느 부모들이 그러하듯 정씨 또한 두 자녀의 육아와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세미나, 교육, 학부모 모임 등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에는 빠지지 않으려 하는 편이다. 인터넷 정보 검색도 꼼꼼히 한다.
그런 정씨에게 빼놓지 않는 일과가 있다. 집근처 동 주민센터에 들러 한 달에 한 번씩 발간되는 지역신문인 양천구 소식지를 가져오는 것이 그것.
“옆집 애기 엄마가 방학 때 아이들을 데리고 양천문화회관에 오페라를 보러 간다는 거예요. 의아했죠. 일반적으로 오페라라고 하면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쯤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고가의 공연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런 걸 구민회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관심이 가더라고요”
옆집 애기 엄마의 말은 양천구 소식지에서 사실로 밝혀졌다. 정씨는 그 날부터 양천구 소식지를 놓치지 않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동 주민센터에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정씨는 본인 혹은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다른 혜택에 대해 궁금해졌고 동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이것저것 묻다가 양천구가 서울형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된 사실, 자신과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창업, 일자리 상담을 도와주는 센터가 있고, 아이들이 진로, 이성, 학교 문제 등을 상담할 수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이 양천구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관심을 가지는 만큼 정보와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씨는 지역에서 제공해 주는 것을 수동적으로 받기만하는 ‘수혜자’ 입장에서 내가 사는 지역의 정책을 함께 만들고 또 그 결과를 함께 누리는 ‘참여자’가 되고 싶어졌다.
정씨가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일은 통?반장이 되는 것. 하지만 워킹맘인 정씨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정씨는 양천구청장에게 편지를 썼다. 자신과 같은 맞벌이 직장인이 지역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이라도 없겠느냐고.
양천구(구청장 김수영)는 매년 초 18개 동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업무보고회’를 개최한다. 지역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 해 동안 주민들을 위한 어떤 사업들이 진행될 것인지에 대한 업무보고와 지역 내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비롯 주민들의 여러 가지 의견을 경청하기 위함이다.
올해도 지난 16일 목1동을 시작으로 18개 동 중 8개 동 업무보고회를 마친 상태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지역 곳곳을 찾아가 현장의 소리를 직접 들으려 하는 김 구청장에게 동 업무보고회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주로 이 보고회가 낮 시간대에 이뤄지느니만큼 연령대가 다소 높은 통·반장, 경로당 어르신, 지역 유지들이 대부분 참석을 해 왔다.
정씨의 ‘작은’ 건의사항은 즉시 반영돼 김 구청장은 관련 부서에게 ‘동 업무보고회’를 저녁에도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했다. 직장인을 비롯한 젊은 사람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더 많은 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수막,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문 배부,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바뀐’ 업무보고회 일정을 홍보, 2월6일 신월7동을 시작으로 8일엔 신정1동, 9일엔 신정6동에서 오후 7시30분 ‘저녁 업무보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50만 구민의 구청장인 나는 50만 개의 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소중하지 않은 소리가 없다” 며 “가능한 한 많은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적으로 확대해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두가 행복한 양천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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