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근혜정부(458조원), 이명박 정부(276조원), 노무현 정부(213조원) 김대중 정부(232조원).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늘어난 가계 부채액이다.
압도적으로 박근혜정부의 가계부책 증가액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4년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 때보다 182조원이 더 늘어난 셈이다. 가계부채는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0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3년 5.7%를 기록한 후 2014년 6.5%, 2015년 10.9%, 그리고 지난해 3분기 11.2%를 기록하며 해마다 가파르게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증가율은 1% 안팎에 머물렀다. 소득보다 빚이 10배가량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가 기업부채발 위기였다면 꼭 20년이 지난 지금은 가계부채발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현재 가계 빚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살펴봐도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2009년 147.7%이던 가계부채비율은 2013년 160%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180%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 급증의 원인으로 '빚내서 집 사라'로 대변되는 '박근혜 발 부동산시장 정책'을 꼽는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장금리가 따라 오른 이유가 크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계 부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어나는 가계 빚에 정부가 은행에 강력한 대출 관리를 요구하자 은행들은 기본금리에 붙는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량을 조절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반 평균 1.2% 수준이던 가산금리는 현재 1.4%까지 올랐다. 5년간 이자가 고정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이미 연 3% 중반에서 높은 곳은 4% 중후반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도 이를 감지하고 있지만 다소 늦은 느낌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에야 '2017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았다. 금융위는 가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계산할 때 소득기준을 좀 더 깐깐하게 보완한 신 DTI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엄격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금융위가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세운 DSR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DSR은 돈을 빌리는 사람의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여기서 원리금 상환액은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신용대출, 카드론, 자동차 할부금, 신용카드 미결제액 등 다른 부채까지 모두 포함된다.
문제는 DSR이 도입되면 이미 대출을 받아 빚이 있는 서민들은 추가로 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행 DTI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다른 부채의 이자만을 더한 값을 연간 소득으로 나누지만, DSR은 원금 상환 부담액에 타 금융기관 부채 이자까지 포함돼 대출 한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금융상품 지원 확대도 대책에 포함시켰지만, 미국 금리 인상 가속화에 따른 본격적인 시중금리 상승시기에 정부 지원 대출이 서민들에게 얼마큼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