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 경제성장 이끌던 시대 끝나나
대출규제 강화·금리상승 악영향
6대 건설사 일반분양 계획 줄여…수익보다 안정 택한 것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부동산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시대가 저물어간다. 수급여건상 주택분양이 줄어들 것으로 확실시되는 만큼 건설투자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6%로 예상되는데, 건설투자 성장률은 이보다 4배 이상 높은 10.8%에 이른다. 내수와 수출이 모두 침체된 상태에서 사실상 건설 부문이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온 셈이다. 건설투자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지난해 3분기 66.7%까지 치솟기도 했다.
건설업계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주택분양 감소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공급량이 많았던 탓에 기술적으로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대출규제 강화와 금리 상승 등 여건이 악화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과 GS건설, 현대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등 분양물량이 많은 6대 건설사는 올해 총 6만6720가구를 일반분양할 계획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7만1552가구)보다 6.8% 적다. 다만 대형 건설사들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많아 공급총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조합원 공급분까지 합치면 10만5429가구로 전년(9만7648가구)보다 8.0% 많다.
지난해 2조4000억원의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는 등 수년째 정비사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GS건설은 올해 총 2만6250가구, 일반 1만990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총 공급량은 2.3% 줄었지만 일반물량은 16.9% 감소했다. 21개 사업 중 33.4%(7개)가 정비사업 물량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24.1%만 정비사업 물량이었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한 대림산업은 정비사업 물량 비중이 더 크다. 14개 사업 중 절반인 7개 사업이 재건축ㆍ재개발 물량이다.
중견 건설사들도 분양 물량을 줄여 잡고 있다. 주택시장 신흥강자로 올라선 호반건설은 지난해 1만4000여가구를 분양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30% 이상 감축할 계획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집단대출을 비롯해 일반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규제가 강화된 데다 금리도 높아지면서 수요자들의 심리가 위축됐고 분양사업에 나서는 건설사로서는 리스크가 커졌다"면서 "'시계 제로'의 상황에 처한 건설사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영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과도한 주택투자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멈출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건설투자가 급감한다면 경제성장률은 1%대 혹은 0%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또다시 주택경기 부양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올해 주택경기는 부양이 아니라 어떻게 연착륙시킬 것인지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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