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권성회 기자] 지난해 말 대기업 A사는 상장을 앞두고 가진 기업설명회(IR) 시간을 오후 2시로 잡자 언론과 증권사 관계자들로 부터 항의를 받았다.
증시가 한창 열리는 시간에 IR을 하는 것은 증권업계에서 불문율과 같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 전에 기업들은 IR을 증시거래가 뜸한 점심시간에 해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직후 IR을 하는 관계로, 식사 제공을 할수가 없었다”며“IR을 아예 하지 않을까 고심했지만 오후2시에 그냥 하는 걸로 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를 청렴하게 만들기 위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5일로 시행 100일을 맞는 동안 여의도 증권가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그중에서도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나 상장사들의 기업설명회(IR) 모습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장사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경영활동을 알리기 위한 현장 투어나 실적 설명회를 아예 중단했거나 대거 축소했다.
실제 중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상장사 A사는 투자 최대 포인트인 해외 시장 활동을 적극 홍보하려고 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현지 공장 탐방을 할수 없게 돼 애를 먹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언론사, 기관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현지 공장 탐방을 추진하려 했으나 김영란법 위반으로 걸릴까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며“투자자들에게 중국 법인·중국 사업에 대한 불신이 만연한터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객관적으로 사업 진행 상황을 보여줄 길이 없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상장사 B는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서 IR을 하기 위해 장소를 찾다가 포기할 뻔한 아찔한 경험이 있다.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나마 예약이 수월한 호텔, 컨벤션홀 등은 가격적인 부분에서 김영란법에 걸릴 수 있어 배제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IR개최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점심 대신 간단한 다과를 차려놓고 진행하려 해도 점심을 하지 않으면 대관료 할인을 안해주는 업계 관행 때문에 이 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IR대행사 한 관계자는 “김영랍법 시행 이전에는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IR을 가졌는데 그 이후에는 가격이 싼 곳을 선호하고 있다”며“기업들이나 기자, 연구원들이 법 가이드를 지키려 조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간담회 장소와 일정 등에 대해 사전조사와 조율이 꼭 필요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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