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비리 규명 등을 위한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아쉬움을 토로하며 외견상 ‘빈 손’으로 해산한다. 수사팀 구성 넉 달 만이다.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26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우 전 수석 및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관련 수사는 향후 서울중앙지검이 계속 수사하고, 파견검사는 내일(27일)부로 원 소속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우 전 수석의 의경 아들 보직·복무 특혜, 가족회사 정강의 법인자금 유용 의혹 관련 직권남용, 횡령 등 혐의로 지난 8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우 전 수석과 미르·K스포츠재단, 대통령 혈족 등을 겨냥했던 특별감찰관실은 이후 사실상 와해됐다. 감찰이 난항을 맞은 상황이 외부로 새어나오자 보수단체가 이 전 감찰관을 고발하기도 했다. 고소·고발이 이어지며 우 전 수석 처가와 넥슨의 강남땅 특혜거래 의혹, 처가 화성땅 차명 보유 의혹 등도 수사대상에 포함됐다.
수사 주체를 두고 숙고 끝에 김수남 검찰총장이 내린 결론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정평 난 윤 팀장을 필두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사정(司正)당국을 통할하는 살아있는 권력이었던 현직 민정수석과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찰할 목적으로 이번 정권에서 신설된 초대 특별감찰관을 동시에 겨눠야 해 높은 난이도가 예고되는 듯 했다.
윤 팀장 본인이 우 전 수석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검찰 동료로서 수사 호흡을 맞춘 전력을 두고 수사 공정성도 의심받았다. 윤 팀장은 임명 초기 “살아있는 권력이 됐든 누가 됐든 정도를 따라갈 뿐”이라면서 "공정·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진상을 파악하고 그 결과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성역없는 수사를 천명했다.
그러나 넉 달 뒤 최종 처분은 우 전 수석 관련 다수 고발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과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맡기게 됐다. 우 전 수석의 가족 등 핵심 피의자·참고인이 차일피일 출석을 미루는 사이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이 결국 특검 수사로 이어지는 등 수사팀 안팎 상황도 요동쳤다.
윤 팀장은 “당사자들의 비협조로 수사진행이 거의 안 되거나, 최근 상황(국조특위 청문회 등)으로 추가조사가 필요해진 사건도 있다”면서 “수사가 마무리된 부분도 전체 큰 틀에서 함께 처리해야할 부분”이라며 처분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삼갔다. 잔여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업무분장을 재조정할 전망인 가운데 일부 수사기록은 이날 특검에 인계됐다. 윤 팀장은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하고 관련 자료요청이 있으면 특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결과 발표조차 없이 해산을 맞는 건 초라한 성적표 아니냐’는 취재진의 지적에 윤 팀장은 “그간 철저히 열심히 (수사)했다. 수사해 온 내용들이 봉인돼 창고로 들어가는 게 아니고 조만간 밝혀질 것”이라면서 “수사가 부실했다거나 초라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수사가 종결된 게 아니기 때문에 ‘면죄부를 준거냐’하면 그렇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다만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만한 답을 내놓지 못한 데 대해서는 “민망하다”는 소회를 전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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