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안하늘 기자]국회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넘겨받은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의 심리기간은 최장 180일이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 결정이 나오는데는 63일이 걸렸다. '촛불 민심'은 헌재가 하루라도 빨리 결과물을 내놓기를 원하지만 사안이 워낙 엄중한 만큼 심리기간을 예측할 수가 없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기록만 2만 페이지에 달한다. 1t 트럭 1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정보기술(IT)업계 일각에선 인공지능(AI)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법률 분야 연구가 덜 돼 있다. AI는 수십만장의 서류를 단 1초만에 읽고 모두 기억할 수 있다. 재판관들이 밤을 새워 몇 주에 걸쳐 분석해야 할 1t 트럭 분량의 서류들을 단 몇 초만에 분석하고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내는 일을 할 수 있다.
게다가 AI 기술은 기존 빅데이터 분석기법 보다 좀 더 사람처럼 정보를 분석한다. 기존 분석기법은 사람이 편지를 쓰듯이 써 놓은 문서, 혹은 사람간의 대화를 담은 글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마치 사람이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을 한 권 한 권 읽듯이, 컴퓨터에 사람이 자료를 입력을 해주면 그제서야 컴퓨터가 그 내용을 인식했다.
하지만 현재 AI 기술은 데이터 베이스로 축적하지 못한 종이, 워드파일, PDF 등 수십만건의 서류도 1초만에 읽어낸다. 포스트잇, 메모지 등이 수백만장이 있어도 스캔해서 보여주면 모두 기억한다.
미국에선 법률 AI가 일부 상용화돼 있다. 미국의 대형 로펌 베이커앤드호스테틀러는 지난 5월부터 AI 변호사로 '로스(ROSS)'를 고용해 활용하고 있다. 로스는 IBM 인공지능 왓슨과 연계해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다. 로스는 1초에 80조번 연산을 하고 책 100만 권 분량의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로스는 현재 파산 사건을 전담하고 있으며, 로펌이 담당한 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골라내는 일을 수행한다.
업계에선 AI가 판사에 도움을 주는 역할은 가능하지만 판결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반 민사ㆍ형사 사건과 달리 법리해석을 기초로 정치적 결정을 해야 하는 탄핵심판의 경우 인간만이 할 수 이는 일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AI가 법률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현재 연구가 덜 돼 있다"며 "AI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 진화된 법률 AI가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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