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대기업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 의사를 밝힌데 이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도 탈퇴를 공식 선언하는 등 전경련 회원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회원사들의 잇따른 탈퇴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는 등 쇄신안 마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전경련의 존폐 여부는 내년 2월 정기 총회 전후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위기 상황을 의식한 듯 최근 열린 경제 5단체 간담회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11일 재계와 전경련에 따르면,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 정기총회 전까지 강도 높은 쇄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 SK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의 공개 탈퇴 선언에 이어 국책은행들까지 탈퇴에 동참하는 등 해체 위기가 현실화하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지난 8일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전경련 탈퇴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12일에 (전경련) 탈퇴서를 접수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도 다음 주에 산업은행이 전경련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국책은행에 이어 일반 시중은행도 전경련 탈퇴를 저울질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각 담당 부서 차원에서 탈퇴 여부에 대한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의 관계자도 "탈퇴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최순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직간접적으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전경련 지원금을 중단하고 개인적인 활동도 하지 않겠다"며 전경련 탈퇴 의사를 분명히 했고, SK는 그룹 총수의 뜻에 따라 현재 전경련 탈퇴를 위한 관련 절차에 들어갔다.
전경련 설립을 주도했던 삼성, SK 등 대기업에 이어 국책은행들까지 탈퇴 움직임에 가세하면서 전경련은 존속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주요 회원사 탈퇴로 해체 위기에 내몰린 전경련은 주요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으며 이 과정이 끝나면 쇄신안을 마련해 내년 2월 600여개 회원사가 참여하는 정기 총회에서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전경련의 존폐 여부는 이 시점에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한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 단체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재계 협조를 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이 참석했다. 통상 경제 5단체에 포함되 전경련은(허창수 GS그룹 회장) 이날 불참하고 중견기업연합회가 대신 그 자리를 채웠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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