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결 땐 전면폐기 가능성…시행시기 1년 연기 대안도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 결과에 따라 박근혜정부의 최대 역점과제인 국정교과서의 운명도 갈릴 전망이다. 교육부는 오는 23일까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의견수렴을 마치고 현장적용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될 경우 역사교과서는 사실상 전면 폐기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다만 여러 대안 가운데 국정 역사교과서의 시행시기를 1년 연기한 뒤 검인정 교과서와 혼용해 선택 사용하는 방법을 비중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을 놓고 교육계는 물론 정치권과 역사학계 모두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교육부가 철회도, 강행도 결정하지 못한 채 여전히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다.
앞서 이준식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7일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수준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상권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상임대표(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박근혜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탄핵과 함께 결국 폐기될 것"이라며 "국정교과서 운명은 박근혜정권의 운명과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만일 탄핵이 부결된다면 당장 역사교과서 뿐 아니라 정치ㆍ사회적이 대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국정교과서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의 한 교사는 "이미 국정 역사교과서를 수업에 사용하지 않기로 '불복종' 선언했다"며 "탄핵에 실패할 경우 잘못된 정치 현실을 바로 보고, 바로 잡아야 한다는 내용까지 수업시간에 교육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다음주 교과서 현장검토본 의견수렴 차원에서 마련한 토론회는 일부 역사학자들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토론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토론회 주최가 정부산하단체인 동북아역사재단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인 만큼 학술적 논의보다는 정부정책에 찬성하는 일방적인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국정화 자체를 반대하는 시민ㆍ교육단체와 역사학계는 아예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시교육청 강당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어떻게 할까'를 주제로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함께하는 역사교육 대토론회를 연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토론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는 1인시위도 할 예정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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