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김종, 'CJ 이미경 퇴진 압력' 조원동…11일 일괄 기소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검찰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 조카 장시호(구속)씨를 재판에 넘겼다.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조만간 기소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의 조카 장시호씨를 업무상횡령,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장씨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을 맡아 운영하며 작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각종 용역대금 명목 법인자금 3억여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는다. 검찰은 장씨가 국가보조금 지원 결격 사유가 있음에도 작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보조금 7억여원을 가로챘다고 보고 있다. 보조금법은 중앙관서로 하여금 사업자가 자기자금으로 부담할 능력이 있을 때 보조금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일괄기소가 유력했던 김 전 차관, 조 전 수석에 대한 처분은 미뤄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만기가 도래한 장씨부터 일단 기소한다”면서 “조사할 부분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장씨와 함께 센터에 삼성전자·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이 18억여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강요)를 받는다.
김 전 차관은 작년 8월과 올해 1월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만나 “BH(청와대) 관심사다. 잘 도와주라”며 센터 측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통해 작년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6억2800만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센터에 댔다.
김 사장은 전날 최순실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김 전 차관을 만나고 심적 부담을 느껴 후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이자,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센터는 작년 6월 우수 체육영재 조기 선발·관리 명목으로 세워졌다. 검찰 수사 결과 최씨는 동계스포츠 관련 사업 이권을 노리고, 센터 ‘간판’으로 세울 메달리스트들과 친분이 있는 조카 장씨에게 자금과 인맥을 대주며 센터를 세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구속만기일인 오는 11일 김 전 차관과 조원동 전 수석을 각각 구속,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센터를 통한 이권전횡을 설계한 최씨도 같은 날 추가 기소된다.
김 전 차관은 그 밖에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과 짜고 GKL이 장애인 펜싱팀을 창단해 최씨가 실소유한 더블루K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체부 산하 재단의 해외연수 기관 선정에 입김을 불어넣은 혐의도 받는다. 비선실세가 쥐락펴락하는 K스포츠재단, 더블루K 등이 체육계 이권을 독점할 수 있도록 문체부 비공개 문건을 최씨 측에 흘린 혐의(공무상비밀누설)도 받고 있다.
조 전 수석의 경우 2013년 7월 CJ그룹 손경식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VIP(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검찰은 실제 이 부회장의 지위에는 변동이 없어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조 전 수석에 대해서도 구속 수사를 추진했으나 법원은 ‘통화 녹음파일’ 등 움직일 수 없는 물증 등의 존재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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