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영한 수첩' 기록으로 공세…최순실 관계·인사개입·세월호 관련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청문회장의 중심에 섰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에게 화살을 정조준했다. 한때 '왕실장'으로 불렸던 김 전 실장의 각종 인사전횡 의혹, 최순실과의 관계, 세월호 7시간 의혹 등이 밝혀질 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순실과 언니 최순득, 순득씨의 딸인 장시호씨 등이 대거 불출석하면서 김 전 실장에게 질의가 쏟아져 '김기춘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그동안 야권은 김 전 실장이 지난 4년간 국정 전반에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먼저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일괄사표를 받으라"며 인사 관련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혹은 지난달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폭로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특위와 연락이 닿지 않아 참석 여부가 불명확하다.
김 전 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고(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김영한 수첩'에서 김 전 실장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유가족과 동조 단식을 하는 이들에게 비난 여론을 조성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고, 김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는 청와대의 방침을 세웠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전 실장은 시종일관 "최순실을 모른다"고 주장했지만, 청문회를 통해 이를 뒤집을만한 증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김영한 수첩'에는 최씨의 측근 동향을 면밀히 파악한 기록이 공개돼 이에 대한 집중 추궁이 예상된다. 수첩에는 김 전 실장을 의미하는 한자 '장(長)'자와 함께 최순실과 동거했던 50대 여성 김모씨의 동향을 파악한 기록이 적혀있고, 김씨의 이름 옆에 '꽃뱀'이라는 단어와 함께 '밍크 장사'라고 기재돼 있다. 김 전 실장이 1987년 육영재단 분규가 일어났을 당시 최태민 일가를 돕기 위해 재단을 방문했다는 증언도 나온 바 있다.
또한 김 전 실장이 2014년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 청와대가 헌법이 명시한 삼권분립의 원칙을 깼다"며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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