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뷰앤비전]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의 경제적 해석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뷰앤비전]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의 경제적 해석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AD

온 나라가 시끄럽다. 작금의 사태는 본인이 저지른 일이 왜 범죄가 되는지도 모르는 비윤리적인 대통령을 견제하지 못한 한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수백만 촛불은 병든 나라를 바로 잡으려는 국민의 자정 작용일 것이다.


모든 스캔들 배후에는 여자와 돈이 있다고 했던가? 박근혜-최순실 스캔들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대통령과 독대한 9개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발언한 내용을 보면, 이번 스캔들의 배후에 재벌들과 권력의 부정한 고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이다. 삼성의 이재용은 지난 7월 박근혜와 독대해 최순실이 주도하는 미르재단과 정유라를 지원하고, 재빠르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킨다. 당시 합병의 관건은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합병에 찬성하도록 설득하는 일이었는데, 청와대가 합병에 반대하는 당시의 국민연금 이사장을 억지로 물러나게 하자 삼성은 때를 놓치지 않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직접 만나 설득한다. 결국 누가 봐도 불합리한 합병비율을 적용한 합병으로 이재용은 통합 삼성물산의 상장가 기준으로 3조원 이상의 이득을 보고 삼성의 지배력을 확고히 한 반면 국민연금은 4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평가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청와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을 미르재단 등에 들어갈 8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기업들에 강제로 할당해 걷도록 지시했다는 증언도 나왔고, 한화는 정유라에게 말을 사준 후 삼성과 빅딜을 성사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밖에도 현대차, SK, 롯데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여러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한 마디로 우리 경제는 재벌들과 권력의 음흉한 탐욕이 손잡은 정경유착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부정한 정경유착은 당장은 이득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건강한 사회, 유능한 종업원, 충성 깊은 소비자, 책임 있는 투자자, 우호적인 공동체가 존재할 때 비로소 기업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정경유착이 일상화되면, 일반 대중들에게 기업에 대한 적대감을 증폭시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뿐만 아니라, 시장을 교란시켜 자원 배분이 왜곡되는 시장 실패를 가져온다. 이런 시장 실패는 결국 기업이 사적 이윤을 추구할 정당성을 훼손시켜 기업 활동 자체를 위협하고 국민경제 전체의 위축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기업인들은 사적 이윤추구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인류 역사상 극히 최근에 등장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서양의 경우 산업혁명기 즉 250년 전이고 우리나라의 경우 고작 10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사회가 기업의 사적 이윤 추구를 용인한 까닭은 기업이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부정한 방식으로 권력과 뒷거래를 한다면, 많은 국민들은 부당하게 피해를 입게 되고, 결국 기업 자신이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번 박근혜-최순실 스캔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재벌들의 불법행위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이겠으나, 지금이라도 정경유착의 거간꾼 역할을 한 전경련을 해체하고 재벌들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강화하는 입법에 나서야 할 것 같다. 당연한 일이지만, 정치권력이 기업의 정당한 활동을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고, 국민연금의 자산이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용되도록 담보하는 방안도 동시에 강구돼야 할 것이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