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새누리당 비주류 지도부인 비상시국위원회가 오는 8일 밤까지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관련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이튿날인 9일 본회의에서 탄핵 소추안 표결처리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이 여당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탄핵안 표결에 찬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상시국위는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총회를 갖고 이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이는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정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6월 조기 대선의 궤를 벗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의 입장이 다시 강경 노선으로 선회했음을 뜻한다. 예컨대 박 대통령이 다음 주 중 내년 4월 명예퇴진을 전격 선언하더라도, 야당이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 탄핵안 가결의 열쇠를 쥔 여당 비주류는 표결에 참여,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
앞서 비주류 좌장격인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내년 4월 퇴진 입장을 고수해 야권과의 탄핵 공조에 엇박자를 냈다. 새누리당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 진영이 강경 노선으로 선회한 데는 전날 열린 촛불집회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사상 최대인 232만명이 참여하면서 국민들이 박 대통령의 '명예퇴진'이 아닌 '즉각퇴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여의도 새누리당사를 찾은 일부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과 '새누리당 해체'를 동시에 외치자 여당 비주류도 민심의 향방을 깨닫게 됐다는 뜻이다.
비상시국위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를 넘어 국회를 향하고 있다"며 "비상시국위는 여야가 최선을 다해 합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우리는) 오는 9일 탄핵 표결에 조건없이 참가할 것"며 "이는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는 별개"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비주류 의원들의 총의를 모았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다만 다음 주 청와대 회동 예정과 관련해선 "아직 그런 요청은 없었다"면서 "요청이 오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이 만남이 적절치 않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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