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3차례 대국민사과
첫 발표 다음날 코스피 2000선 위협
담화 후 여론 악화…2차때도 하락
불확실성 남긴 3차에도 제자리걸음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권성회 기자]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고꾸라진 증시가 박근혜 대통령의 달라지지 않는 태도만큼이나 요지부동이다. 29일 박 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 발표 소식에 잠시나마 시세판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듯 했지만 그의 국회에 공을 넘기는 유체이탈 화법에 바로 파랗게 질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지수(코스피)는 오전 10시3분 현재 1984.32로 전날보다 0.3% 올랐다. 이날 코스피 상승세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세 영향이 컸다.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계절 조정치)가 2년 만에 최고치인 3.2%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반면 코스닥시장 지수는 전날보다 0.05% 내린 595.76을 기록하고 있다. 여전히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코스피도 전날 하락세를 보였다. 오전 내내 강보합세를 보이던 코스피는 오후 2시35분께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로 여론이 오히려 악화되자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후 보합세를 보이다가 전 거래일 대비 0.01% 오른 1978.39에 마감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8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했던 여정' 등 정치리스크에 마침표를 찍는 듯한 언급이 있었지만 '어떤 개인적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잘못' 등 기존 입장과 다름없는 '동어 반복'으로 정치적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중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담화문 내용이 기존 입장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 없어 시장의 방향성을 결정할 만한 변수는 아니다"며 "국내 정치리스크는 이미 증시에 반영됐고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불확실성이 짙은 대외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굳이 증시 참여로 리스크를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국회가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지수가 크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사태 수습을 위한 대통령의 사과문이 3차례나 나왔지만 오히려 증시 하락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부정론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중하순 2030~204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청와대 문건 유출 의혹을 일부 인정하는 첫 번째 사과문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장중 2000선을 위협할 정도로 휘청거렸다. 같은 날 코스닥도 635.51로 마감되며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차 사과문이 나온 지난 4일에도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대통령의 세차례 담화로 약간의 불확실성 해소로 볼수는 있겠지만 주식시장의 변곡점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향후 국회의 탄핵 일정이 증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중혁 연구원은 "12월 초중반 있을 탄핵 결정 등이 증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탄핵 이슈가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훈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세 증가는 국내 정치적 리스크도 이유가 있겠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강세로 인한 것"이라면서 "정국 이슈가 현재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권성회 기자 stre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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