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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 논쟁①]편향적 기술 '역사농단'…교과서도 탄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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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경제정책 8쪽에 걸쳐 상세서술
새마을동 관련 서술도 대폭 늘려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
항일운동 전통 단절·훼손 지적도
현대사집필진에 정통 사학자 없어


[국정교과서 논쟁①]편향적 기술 '역사농단'…교과서도 탄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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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일년여간 '깜깜이 집필' 논란을 빚어온 국정 역사교과서가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8일 중학교 역사 1ㆍ2와 고등학교 한국사 등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3종을 공개하며 "학생들이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해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과서 곳곳에서 편향성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논란과 논쟁이 더 커질 여지가 남아있다는 게 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우회적 표현으로 '건국절' 꼼수= 국정교과서는 그동안 논란이 돼 온 '건국절' 표현 대신 '1948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기술했다. 기존 검정 교과서의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서 '정부'를 빼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명확히 했다는 게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러나 학계와 시민단체는 이것이 항일독립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반헌법적 기술이라고 비난했다.


한상권 덕성여대 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을 통해서 세워진 나라라는 것과 1948년 우리나라가 출범했다는 것은 엄연히 상극되는 논리"라며 "건국절 표현만 안썼을 뿐이지 국정교과서가 독립운동의 전통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국정교과서는 또 북한에 대해서는 기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수립'이라는 표현을 '북한 정권 수립'으로 바꿨다. 6ㆍ25가 북한의 불법 남침임을 분명히 서술하고 북한의 군사도발, 인권문제, 핵개발 등에 대한 서술도 소주제로 구성해 대폭 늘렸다.


◆'박정희 치적' 분량 늘려 부각=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선 5ㆍ16 군사정변 이후의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을 8페이지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고 '새마을운동'에 대한 서술도 기존 검정교과서보다 강화했다.


우선 박정희 정부 출범 이후 1964년 맺은 한일협정에 대해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한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다', '이 자금은 농림수산업 개발과 포항 제철 건설 등에 투입됐다'며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된 것으로 미화했다.


'유신체제의 등장과 중화학 공업의 육성' 단원에서는 '새마을운동은 정부의 독려로 시작됐지만 농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농촌의 자립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근면ㆍ자조ㆍ협동 정신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돼 도로ㆍ하천정비, 주택 개량 등 농촌 환경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5ㆍ16 군사정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역사돋보기'란 코너에서는 별도로 '혁명 공약'을 소개하면서 '군사 정변 주도세력은 이른바 혁명공약을 발표해 반공을 중시하고 경제 개발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의 교과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던 박정희 정권에서의 안보위기와 그로 인한 향토예비군 창설을 추가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동백림 사건'을 꼽았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의원 14명은 국정교과서에 대한 성명서에서 "동백림 사건의 경우 2006년 1월 국가정보원 과거사 진실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박정희 정권이 사건을 확대하고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는데도 이런 내용이 국정교과서에 수록됐다"며 "이번 교과서는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치적을 강조하는 '박근혜 교과서'"라고 비난했다.


◆줄어든 집필진, 공정성ㆍ객관성 논란= 국정교과서 집필진도 명단이 공개되자 마자 논란에 불이 붙었다. 당초 중도ㆍ진보성향 학자들을 포함한 국내 역사학자 대다수가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집필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던 만큼 그 면면을 살펴봐도 다양성ㆍ객관성ㆍ중립성 등을 담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애초 47명이라던 집필진 수마저 16명 줄어든 31명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분야는 한국근ㆍ현대사 집필진이다. 현대사 집필진에 정통 역사학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못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 교수는 현 국사편찬위원이기는 하지만 북한을 주로 연구해온 정치학자이고, 대통령자문기구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까지 맡고 있다.


중앙대 김승욱 교수와 동국대 김낙년 교수는 한국경제사를 연구해 온 경제학자들이다. 특히 김낙년 교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의 중심에 있던 낙성대경제연구소를 이끌기도 하는 등 주류 역사학계와 거리를 둔 '뉴라이트' 성향으로 분류된다.


김명섭 연세대 정외과 교수 역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 출신의 정치학자이고, 나종남 교수는 육사를 졸업한 장교 출신으로 정통사학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하지만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한국현대사는 연구 역사가 매우 일천하고 역사학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이같은 지적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폐쇄적 민족사관이나 투쟁일변도의 역사서술이 민주시민의 자질을 함양하고 민주시민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 어떤 공과가 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이번 교과서에서는 이런 관점을 반영해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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