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탄핵 앞두고 새누리당 '무조건 항복' 요구
국민의당, 탄핵 가결 위해서는 40명 필요…"동참시켜야"
새누리당 의원 탄핵 찬성 설득 두고, 민주당·국민의당 기류차이
추미애 "해체선언 있어야" 박지원 "용서하고 설득해아"
양당간 탄핵 전술 이견차는 대권 전략 때문?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참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기류 차이가 감지된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 40명의 합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이들을 탄핵 찬성으로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설득하기는커녕 오히려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반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6일 촛불집회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결의대회에서 "새누리당도 이제 친박이니 비박이니 탄핵으로 흥정할 시간이 없다"면서 "혼란을 막기 위해 조기 탄핵을 반대한다는 어불성설을 그만두어야 한다. 누가 헌정질서를 파괴했는가. 누가 국정을 파탄 낸 대통령을 엄호해왔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어제까지 아니 오늘 이 순간까지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다고 하더라도 이제 국민이 원하는 박 대통령의 퇴진과 탄핵을 위해서 만약 친박의원들이 반성하고 사죄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들과 함께 박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린다"면서 "지금 이 순간 반성하고 회개하고 사과하고 우리 야3당과 함께 양심적인 새누리당 의원들과 함께 반드시 탄핵에 대열에 설 수 있도록 우리가 용서하고 친박 의원들이여 우리에게 돌아오라고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호소한다"고 말했다.
양측 모두 새누리당이 다음 달 2일 또는 9일 처리될 예정인 탄핵안에 찬성표를 행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지만 견해차는 확연히 나타났다.
탄핵을 위해 새누리당 의석을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를 둘러싼 문제는 전술적 이견을 넘어 갈등 양상까지 연출했다. 26일 이행자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추 대표의)박 대통령 단독 면담해프닝으로 결국 국회 총리추천, 거국내각구성의 국정 안정화의 기회도 놓쳤다"면서 "이제 박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겠다는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부역자 운운하며 그들의 표가 필요 없다고 한다면 결국 탄핵마저도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대변인은 "민주당이 새누리당의 석고대죄와 해체 없이는 탄핵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은 이대로 계속 촛불 정국을 즐기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당은 국정혼란과 촛불정국을 대선까지 끌고 가려는 정략적인 생각을 버리라"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근 상황만 종합하면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탄핵 전술상 갈등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추 대표는 23일 광주·전남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민주권운동본부 공동 출정식에서 "우리는 탄핵 표를 구걸하지 않겠다. 새누리당의 표가 있어야만 탄핵이 된다고 해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구걸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다. 제 발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을 받들라는 것은 국민의 뜻이고 명령이다. 이것을 촉구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은 이제 와서 탄핵 발의에 앞장서겠다고 한다. 새판 짜기를 하겠다고 하는데 믿지 못하겠다"면서 "그 말을 안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석고대죄가 먼저다. 새누리당의 해체선언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받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변인도 이 같은 압박에 함께했다. 금태섭 민주당 대변인은 25일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의총 발언 등을 문제 삼으며 "정 원내대표는 궤변을 그만두고 탄핵을 반대하려면 '탄핵반대'라고 당당히 입장을 밝혀라"라고 말했다.
그동안 추 대표는 '최순실 부역자'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하면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새누리당의 책임론을 강경하게 제기했다. 추 대표는 지난달 28일 여야 간 특별검사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새누리당의 대국민 석고대죄,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사퇴, ‘최순실 부역자’ 전원 사퇴를 요구했다. 이후 한 달이 지난 뒤에 추 대표는 새누리당의 해체선언을 요구했었다. 이를 통해 추 대표는 새누리당을 최순실 게이트에서 박 대통령과 공범 또는 종범으로 내몰았다.
현재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계산이 필요하다.
첫째는 민주당 121석+국민의당 38석+정의당 6석+무소속 7석(정세균 국회의장 포함) 《 200석(탄핵 의결 정족수) 라는 계산이다. 무기명으로 진행되는 투표에서 야당이 완벽하게 반대표를 행사(172표)해도 탄핵까지는 28석의 의석이 모자란다. 즉 새누리당의 협력 없이는 탄핵은 부결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탄핵이 부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냐는 점이다. 정치적 상상력의 영역이지, 투표 결과 야당 의원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대 또는 불참으로 부결됐었을 경우 새누리당은 상상을 초월한 국민적 분노에 직면할 위기에 놓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새누리당은 정당의 지지율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여론조사에서 1당에서 3당으로 수직 추락한 상황이다. 하지만 탄핵 부결 시 새누리당이 맞게 되는 정치적 후폭풍은, 감히 상상히가 어려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4%(11월25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 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에 비해 새누리당 지지율(12%)이 그나마 차이를 보였던 것은 박 대통령이 곧 새누리당을 뜻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핵이 부결되는 상황이 되면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새누리당을 향할 것은 분명하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탄핵을 늦추면 새누리당은 국민의 발에 짓밟혀 깔려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핵을 늦추는 선택만으로도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이같은 계산을 밑에 깔고 분석을 하면 민주당이 전격적으로 정기국회 회기 내에 탄핵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밝혔으면서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설득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새누리당을 해체 수준으로 내몰기 위한 압박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이든 집단의 형태로든 '무조건적인 항복'을 하고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든지, 아니면 반대표 또는 불참해서 탄핵안을 부결시켜 여론의 역풍을 맞을지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다.
앞서 국회추천 구무총리 후보자 문제를 두고서도 민주당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데에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당대표 간 협상에 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하는 일이다. 탄핵 검토 과정에서 신임총리 선출은 필수적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외면한 것은, 새누리당과 이 대표의 정치적 실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같은 전략적 구상 하에서 총리 추천을 거부하고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설득 작업에 나서지 않은 것이라면, 민주당은 정치적 불확실성을 대가로 새누리당의 해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박에 나선 셈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그동안 정치의 책임성을 강조하며 확실성을 높이려 노력했다. 박 위원장 등은 그동안 국무총리를 우선 추천해 박 대통령 탄핵 시 권한대행이 될 총리 등을 선임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혀왔다. 야3당이 탄핵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 설득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양당 간의 이런 전략적 접근법 차이를 두고 대선 전략과 연계짓는 해석법도 있다. 새누리당을 향후 정치 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둘러싼 시각차이가 양당간에 대응 차이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현 국면이 계속되고,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선거는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또는 국민의당 중심의 제3지대) 간의 경쟁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이 경우 중도 성향을 표방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기존의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보수 성향의 지지층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흡수·통합 또는 연대를 위해서는 보수가치를 대변하는 정치세력이 어떻게든 남아 있어야 한다. 반대로 민주당으로서는 차기 대선 국면 이전에 정치세력으로 새누리당을 해체 또는 약화할 수 있다면 새누리당과 제3지대와 손잡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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