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경제성장 기대감에 증시가 급등하고 있지만 이 기대감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는 소비자들의 지갑까지 열게 할지는 미지수다.
그레그 포란 월마트 미국담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경제 온라인매체 더스트릿과의 인터뷰에서 "증시와 우리 마트의 핵심소비자들 사이에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소비자들은 그것 말고도 걱정해야 할 일들이 1000가지는 더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 사용자들은 대부분 가구 평균 연소득이 5만3125달러(약 6280만원)로, 증시 상승보다는 유가나 직업안정성 등이 그들의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포란 CEO 역시 트럼프가 유통가 대목을 앞두고 당선된 것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물론 월마트보다 핵심 고객층의 평균 연소득이 1만2000달러 더 높은 대형마트 타깃은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더스트릿은 월마트뿐만 아니라 타깃의 고객들도 내년 1월 트럼프의 본격적인 대통령 업무가 시작하기 전까지 불확실성 속에서 신중한 구매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 쇼핑 매출을 조사는 어도비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8억달러가 줄었으며, 특히 선거 직후 급격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트럼프 당선이 유통가에 골칫거리가 된 측면도 있다. 트럼프 반대파와 지지파가 각각 브랜드 보이콧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반대 세력은 대형 백화점 체인 메이시즈가 트럼프의 딸 이방카의 의류브랜드를 판매한다는 이유로 보이콧에 나섰다. 트럼프 지지자들 역시 지난해부터 메이시즈가 트럼프 브랜드를 붙인 남성복 판매를 중지했다는 이유로 보이콧을 해왔다.
총포상들은 이번 블랙프라이데이에 트럼프 특수를 기대하는 입장이다. 미국에서는 총기류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잘 팔리는 품목이지만 올해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NBC뉴스에 따르면 총포상에 호신용 총을 구매하려는 흑인 등이 트럼프 당선 전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트럼프 당선 후 사흘간 미국 전역에서 혐오행위가 200건 발생하는 등 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 우려가 높아지자 자기방어를 위해 총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23일(현지시간) 미시간대가 조사하는 11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8을 기록, 전문가 예상치(91.6)와 지난달(87.2) 수준을 크게 상회했다. 이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양호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미시간대 리차드 커틴 이사는 "트럼프의 깜짝 승리와 드디어 선거가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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