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금값이 9개월만에 처음으로 온스당 12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확대 정책 기대감에 따라 달러가 뛰면서 금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물 금 가격은 이날 1.81% 하락한 온스당 1189.30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이 110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이후 처음이다. 미국 대선 2주전 고점에 비하면 10%나 빠진 상황이다.
미국 대선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는 금값 상승에 기여했다. 연초 1000달러대 초반이었던 금값은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등에 힘입어 올해 꾸준히 상승했고 지난 7월에는 연중 최고치인 1370달러까지 올랐다. 이후에도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때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금값은 뛰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된 이후 금값은 죽죽 떨어지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7% 가까이 내렸다.
이날 금값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은 13개월래 최고치로 올라선 달러 가치다. 미국 제조업 지표중 하나인 내구재 주문이 최근 1년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미국 기업들의 설비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날 공개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11월 회의록에서 금리인상 지지 분위기가 나타난 것도 금값 위축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값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자자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들어 3년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을 처분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금값이 더 하락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시장의 반응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수행 등 다양한 재료를 소화하며 방향을 정할 전망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로빈 브하르 애널리스트는 "모든 것이 미국의 경기회복과 성장률에 긍정적인데 이는 금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면서 "다만 크리스마스와 중국의 새해 등 계절적 요인들과 이탈리아 헌법 개정 투표와 같은 유럽의 불확실성은 금값을 지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국채 값이 내렸다는 의미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2.4%를 돌파하며 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장 즉각적으로 반영하는 2년물은 6년사이 최고치인 1.14%를 나타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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