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최순실 불똥 튄 재계] '깜깜이 기부금' 급증…어느 사외이사의 한숨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1초
뉴스듣기 글자크기

느슨한 기부금 규정, 구체적 내역 알 수 없어
"정부가 도와달라 하면 별 도리 없다"
기업 자율성보다 투명성 강화 목소리…재계 내부서도 "가이드라인 필요"


[최순실 불똥 튄 재계] '깜깜이 기부금' 급증…어느 사외이사의 한숨
AD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이사회 안건으로 올라오는 기부금은 명확하게 검토하고 승인을 내린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는 기부금들이죠. 이 문제는 이사회 구성원을 아무리 투명하게 뽑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대기업 A사의 사외이사는 우리 기업들의 기부금 운영 행태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기업들의 기부금 투명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사회의 '현실적인 한계'를 언급한 것이다. 기부금에 대한 재계의 시각은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것이지만 최순실 사태로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질기디질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기부금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재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각 대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들의 기부금은 이번 정권 들어 크게 증가했다. 삼성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연간 기부금은 2012년 2353억원에서 2013년 4953억원으로 급증한 뒤 2014년 4098억원, 지난해 446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13년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면서 매년 1500억원 가량 기부금을 늘렸다.(10년간 1조5000억원 집행 계획) 이를 감안한다 치더라도 평년에 비해 기부금이 연 평균 600억원 이상 늘어났다.


SK그룹도 비슷한 상황이다. SK 지주회사의 연간 기부금은 2014년까지 20억원대를 유지하다 지난해 559억원으로 급증했다. SK그룹 계열사 SK하이닉스의 기부금은 2013년 연간 32억원을 기록했지만 2014년엔 161억원, 지난해 551억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기업들마다 기부금이 급증한 배경은 있다.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에 기부금을 미리 출연했다거나, 사내에서 사회공헌 관련 기준을 바꾸면서 수치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SK그룹은 "지난해 SK와 SK C&C가 합병될 때 C&C가 존속법인이 되면서 감사보고서상 나오는 SK의 2014년 이전 기부액은 실제 C&C만으로 산정한 금액"이라며 "2015년 기부액은 합병법인인 SK의 연결기준 총액으로 수치상으로만 급증한 것으로 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SK하이닉스의 경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분담비율을 나누다보니 기부금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히 어디에 얼마를 집행했는지 구체적인 내역은 알 수가 없다. 이 문제는 기업의 기부금이 논란이 될 때마다 매번 지적되는 이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기업의 자율성을 방해한다"며 이 부분을 세세하게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반박해왔다.


이사회 승인을 받는 경우도 제한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에서 건별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이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기부에 대해서만 승인을 받는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최순실 사태 관련 기부 내역은 특수관계인도, 건별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도 아니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기부금 운영 규정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자율성'에서 '자금 투명성'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정권이 '도와달라'는 식으로 기업에 손을 벌리면 지금의 느슨한 규정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금을 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측에서 기업들에 '티 안나게 자발적으로 기부하라'고 요청해 기업들이 최대한 조용하게 기부하느라 애썼다"며 "기부금을 사내유보금에서 충동적으로 집행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다 이런 상황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도 "최순실 게이트로 재단 출연금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지금 같은 규정에서는 언제든 비슷한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