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정농단 의혹의 정점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 소환에 거듭 불응하면서 공은 특별검사로 넘어갈 전망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검의 어깨가 무겁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일정 마지노선을 18일로 제시했다. 당초 16일까지 박 대통령을 조사하려던 검찰은 박 대통령이 출석을 미루자 17일, 18일로 차례로 일정을 양보하면서도 대면조사 방침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이날 오후께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씨의 구속만기일인 20일 이전에 최씨,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박 대통령의 신분은 아직 참고인이지만 그간 의혹 연루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 물증에 비춰 사실상 피의자에 가까운 만큼 최씨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담기리란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탄핵·하야 정국이나 주말 촛불집회 충격이 거세질 전망이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대목이다.
검찰 고민도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 조사가 이번 주를 넘기면 공범이 유력한 최씨 등의 수사결과를 노출하게 된다. 이에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가 낮은 혐의 위주로 일단 기소한 뒤 추가 수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다음달이면 특검에 수사권을 넘길 처지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최순실 특검법안과 국정조사 요구서 처리를 시도한다. 박 대통령이 이르면 22일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 의결 법안을 공포하면, 특검법 시행에 따라 최장 14일 이내 특검이 임명된다. 박 대통령 본인이 특검 수사 수용 입장을 내놓은 만큼 재의 요구로 발목 잡을 가능성은 낮게 예측되지만, 법사위 논의 과정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문제삼은 것처럼 위헌성 논란이 재현될 소지도 있다.
국정기밀 유출, 비선실세 이권개입 지원 내지 재계와의 뒷거래 의혹 관련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 등 그간 박 대통령의 발화에 비춰보면 대통령은 혐의 전반을 부인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청와대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의 경우 아직까지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정기밀 유출에 연루된 인사가 청와대 내에서도 극소수라고 보는 셈이다. 정 전 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진실 찾기’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르·K스포츠재단 및 개인회사들을 통한 비선실세의 이권 전횡은 ‘대가성’ 입증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안 전 수석을 구속한 직권남용의 경우 박 대통령은 정책 추진을 지시했을 뿐이라며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가 거액을 내놓은 경위가 대통령의 ‘40년 인연’ 최순실씨를 청탁 창구로 삼으려 한 것인지, 아니면 대통령 본인을 겨냥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삼성, 롯데, CJ, 포스코, KT 등의 경우 비선실세 측에 이권을 준 행위의 위법성이 짙다.
특검 수사가 ‘박근혜-최순실’의 관계, 청와대 내부를 드러내 국정농단의 실체를 규명함과 아울러 사실상 전방위 재계 사정 성격을 가질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다만 특수본보다 인적·물적 자원이 떨어지고 120일의 시간제한을 갖는 특검이 어디까지 해낼지는 회의적이다. 검찰이 8개월 동안 매달렸던 포스코 수사도 전직 최고 경영자를 불구속 기소하는데 그쳤다. 올해 넉 달간 진행된 롯데 수사는 제2롯데월드 인·허가 특혜 의혹 등 정작 정·관계 로비는 전혀 찾아내지 못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검·국조로 넘어가면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보다 정치적인 망신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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