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권교체기 때 계속된 가격인상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도 되풀이·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고 여야의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는 등 국민들의 관심이 쏠린 사이 가격 인상을 통해 이익 극대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격인상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의 의지이지만 필수소비재인 음식료의 특성상 정부의 물가관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가격인상을 하더라도 가격인상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오비맥주와 LG생활건강의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는 이달 1일부터 평균 6%와 5%씩 가격을 인상했다.
코카-콜라음료는 가격 인상은 2014년 12월 이후 2년여 만이며 대표 제품으로는 코카콜라 250㎖ 캔 4.9%, 코카콜라 1.5ℓ 페트 4.3%, 환타 250㎖ 캔 4.7%, 환타 600㎖ 페트 4.5% 등으로 인상한다.
코카-콜라 측은 "이번 인상은 올해 들어 유가, 원당 등의 급격한 가격 상승, 제조경비 및 판매 관리비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카콜라의 주요 원자재인 당분류 가격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당분류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3.03% 내렸다. 반면 지난해 코카콜라 가격은 2010년과 비교해 보면 5년만에 57.33%나 올랐다.
또한 코카콜라 가격인상으로 동종업계가 연이어 가격을 인상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14년 12월 코카콜라가 가격을 6% 인상하자 롯데칠성은 이듬해 1월 칠성사이다 가격을 7% 올렸다.
오비맥주도 2012년 8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카스 등 주요 국산 맥주 전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했다. 올해초부터 가격인상시기를 저울질해 온 오비맥주는 지난달 28일 가격인상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이에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코카콜라와 오비맥주 등 업계 1위 업체들이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를 틈 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며 "동종업계는 물론 라면 등 타 식품업체들의 인상도 뒷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꼼수 인상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식음료 등 생필품 가격 인상을 미뤄오던 식품업체들이 정권이양기를 틈탄 과도기에도 계속돼 왔다.
2012년 대선이 끝나자마자 밀가루, 소주, 콩나물, 두부, 음료수, 우유, 식용유 등 주요 제조 식품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정부 압박에 눈치만 보다가 정권 임기 말에 물가 관리가 소홀해지자 봇물이 터진 것이다.
특히 밀가루나 소주의 경우 빵, 과자, 라면 등 다른 품목과 외식비의 연쇄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의 전반적 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이러한 꼼수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인상 때마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명분으로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혀왔다. 특히 민생 안정 차원에서 대선 전까지는 인상을 자제했으나 원자재 시세가 너무 올라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실만 내세운 소비자 기만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 오비맥주와 코카콜라 외에도 식음료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소비자 물가 상승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부 박모씨는 "마트에서 반찬거리와 아이들 간식을 주로 사는데 예전에 비해 물가가 너무 오른 것 같다"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가격이 인상 될 가능성도 있어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대학생 김모씨 역시 "이번 최순실 사태로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타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대해 배신감이 느껴진다"며 "정권교체기나 각종 이슈가 터질때 마다 가격을 인상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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