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비자금' '여야 정치인' 언급에 여론 환기 가능성
野대표, 협상 테이블 끌어내기 위한 전략에 무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청와대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과 부산 엘시티(LCT) 비리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통상 정치인들이 의혹을 제기하면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대변인이 공식석상에서 반박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크게 두가지 포석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최순실 파문'을 차단하는 것과 동시에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청와대는 최씨 관련 보도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에만 소위 '세월호 7시간'을 비롯해 '침대 구매 의혹', 대포폰 등 야당의 의혹제기에 적극 대응한데 이어 14일에는 '통일대박은 최순실 아이디어'라는 보도에 대해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 16일에는 한 종편채널에서 "박 대통령의 이란순방 때 최순실씨가 전용기에 동승했다"는 보도에 대해 "한마디로 오보다. 기사는 허구이자 악의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무분별한 의혹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출입기자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야당의 무차별적인 공세를 피하면서 역공을 펼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 관련해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됐다"면서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여야 정치인'을 언급한 것은 해당 비자금에서 야권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넌지시 던진 것이고 '천문학적 액수의 비자금'은 국민적 관심사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 대변인이 "박근혜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에게 가능한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해 연루자는 지위고하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수사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수사 결과에 따라 여론의 폭발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수사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한 박 대통령이 현재 검찰 조사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에서는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치적 계산 아니겠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끄집어 공세를 취한다는 점에서 야당 대표로서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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