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나올 최순실 공소장에서 운명 갈려…협박·사기 사건인가, 뇌물공여 사건인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피해자'와 '피의자'의 갈림길에 놓인 재계가 '최순실 공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 수사의 방향, 관련자 진술에 따라 기업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동정론을 얻거나 대가를 노린 피의자라는 비난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오는 19일 검찰이 내놓을 공소장 결과에 따라 재계 운명은 극과 극으로 달라진다. 최순실씨에게 어떤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지원의 성격은 무엇인지 등 핵심 쟁점이 공소장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업 팔 비틀기' 속 끓이는 재계=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재계 총수 7명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았다. 기업 측은 검찰 수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검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더욱 조심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은 피해자'라는 인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고 권력을 등에 업은 이들의 위협에 못 이겨 지원을 했다면 공갈의 피해자로 봐야 하지 않느냐는 인식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기회에 기업 팔을 비틀어 돈을 뜯는 준조세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요에 못 이겨 돈을 줬다고 대놓고 항변하기도 어렵다. 거꾸로 자금 지원 기업을 궁지로 몰아넣는 자충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정 부분 강요가 있었다고 해도 형법상 공갈·협박의 수준인지 정도를 살펴봐야 이를 공소장에 담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있다.
◆'최순실 사기' 검찰 인정할까= 검찰이 이번 사건을 '최순실 사기'로 규정할 것인지도 관심의 초점이다. 앞서 검찰은 최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한 바 있다. 최씨의 사기업인 더블루케이가 연구용역 능력이 없으면서도 연구용역을 빌미로 K스포츠재단 돈을 빼내려다 실패한 사건이라는 얘기다.
이와 맞물려 최씨 측의 K스포츠재단·미르재단 사업운영 전반에 대해 사기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와 정부가 나서서 창조경제 사업 지원을 당부했고, 기업 측이 도움을 준 것인데 애초 의도와 다르게 재단을 운영한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 승마 훈련비용 지원 문제도 사기 의혹 논란의 한 축이다. 삼성이 선의로 승마협회를 지원했는데, 내부 파벌 다툼 등으로 문제가 꼬이면서 애초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됐다는 얘기다.
◆기업 뇌물공여 적용될까= 최순실 공소장이 박 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의 처지도 복잡해졌다. 자금 지원을 한 기업, 이를 독려한 박 대통령과 청와대 측 인사, 수혜 대상인 최씨 측의 연결고리가 맞물릴 경우 함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소장에 박 대통령 기소 가능성을 내비치는 내용을 담을 경우 자금을 지원한 기업들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이 불이익을 면할 목적으로 자금 지원을 한 경우에도 대가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또 사면이나 사업 지원 등 기업 측의 직접적인 청탁뿐만 아니라 묵시적·간접적 청탁의 경우에도 이익을 기대한 정황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다만 검찰이 뇌물죄를 적용하려면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자금 지원의 대가성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이미 소환된 재계 총수들이 자금 지원에 대해 '잘 모른다'는 식으로 답변했다면 혐의 입증 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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