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거론한) 통할권은 아직 시행해 보지 않은 '정치실험'으로 아무도 (그 의미를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2선 후퇴'와 '책임총리' 요구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 없어 향후 헌법학자나 행정학자 등 전문가들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與의 거국중립내각은 '대통령 보조'=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야당도 책임총리의 역할을 모르는데 어떻게 추천하겠느냐'는 질문에 "그게 사실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여야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초헌법적인 사안인 만큼 흔치 않고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이런 주장 또한 야당의 충정"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가급적 야당 추천 인사로 여야에 치우치지 않는 중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데, 헌법에 어긋나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의혹과 사건에 휘말린 만큼 헌정의 중단 없이 국정이 이어져야 한다"면서 "지금 대통령께서 막중한 국사를 운영하는데 한쪽에서 조사를 받고, 한쪽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없다. 총리에게 일부 (권한을) 맡겨 차질없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거국중립내각이 야당이 주장하는 근본적 문제 해결책이라기보다 이번 시태를 해소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드러낸 셈이다.
그는 경제·사회 분야 통할과 책임총리 역할에 대해선 "이 부분은 선례가 없고 이번 사태가 워낙 급작스럽게 벌어져 앞으로 협의해 가면서 처리해야 한다"면서 "현재로선 경제·외교와 국군통수권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이 문제는 깊이 연구할 시간이 없었고, 또 요구받은 우리도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다"면서도 "큰 틀에서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받느냐 안 받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야당이 먼저 요구하지 않았느냐. 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이 모두 거국중립내각을 요구해 (대통령과 여당은) 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시간 벌기라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책임총리제는 '사랑'과 같은 것?…동문서답=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여당이 주장하는 책임총리제와 기존 총리제가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도 "의미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마치 (남녀 간) 사랑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고 동문서답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의 2선 후퇴 주장도) 사례가 없어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고 못박았다.
그는 "(앞으로) 여당도 거국중립내각의 추천권을 가질 것이다. 국회에서 역할을 포기할 순 없다"고 밝혔다. 여당 비주류와 야당이 요구하는 박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서도 "요구는 할 수 있지만 협상의 조건은 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면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대표들은 총리의 '내각 통할권'에 대해 명확한 해석을 요구하면서 실질적 권한을 명시하지 않으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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