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은 했지만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당혹
-미르·K스포츠 53개사 조사진행중…이번엔 삼성
-국정농단의혹이 정경유착으로 확산…재계 전체가 타깃우려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은별 기자]재계 서열 1위 삼성이 8일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받자 재계가 충격에 빠졌다. 검찰이 이미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삼성의 압수수색은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모든 기업과 기업인이 대상이 될 수 있어 사정당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은 8년 만에 진행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삼성에 대한 압수수색은 2007년 삼성특검 이후 9년 만이며 삼성이 태평로 사옥에서 서초사옥으로 이전한 2008년 이후로는 8년 만이다. 2012년 K9 자주포에 중고 부품이 사용된 정황을 잡고 삼성테크윈을 압수수색 한 적은 있지만, 삼성 그룹 차원의 압수수색은 8년 만이다.
삼성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모녀 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초사옥은 삼성의 심장부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무실이 있고, 삼성 미래전략실도 이곳에 있다.
삼성 압수수색은 최순실 게이트가 확산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삼성 관계자도 "기존부터 검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며 "기존 입장과 변화가 없으며, 투명하게 밝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침 일찍부터 검찰에서 나온 20여명의 수사관들이 들이닥쳐 컴퓨터와 노트북 하드디스크와 서류 등을 압수하자 임직원들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곳곳에서 연출됐고 삼삼오오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포착됐다. 삼성은 2008년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폭로로 시작돼 100여일간 특검 수사를 받으며 잊을 수 없는 상처를 가졌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불법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함께 삼성 태평로 본관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석 달 이상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아 오면서 삼성의 대외 신인도는 추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를 지켜본 임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에서 출발한 검찰 수사의 방향이 재계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재계 관계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 대한 의혹을 수사하면서 두 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확인된 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진 총수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독대 사실에 대해 해당그룹들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대 사실 여부를 확인코자 재계 총수들을 소환하거나 조사한다는 것이 타당한가도 논란이다. 더구나 독대 사실을 전제로 대가성이나 이면 거래 등과 같은 여러 의혹과 추측이 제기된 상태다.
재계는 국정농단 의혹이 정경유착으로 비화되면서 자칫하단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등 국정과제에 참여한 모든 기업과 기업인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여야 정치권과 보수, 진보시민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특정한 대가나 특혜를 바라는 게 아니라 일종의 보험금 성격이라고 말한다. 재계 관계자들은 "검찰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수사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순 없지만 일련의 사건이나 세간의 의혹 때문에 '별 잘못이 없는데 혹시 우리한테도 검찰 수사가 들어오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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