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국내 대기업의 비선실세 최순실(구속)씨에 대한 지원 배경을 수사 중인 검찰이 재계1위 삼성이 연루된 승마계 특혜 의혹 등을 규명할 물증 확보에 나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등 총 9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6시40분부터 삼성전자 대외협력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대한승마협회 업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지에는 과천 한국마사회, 송파 대한승마협회 및 관련자 주거지 등이 포함됐다.
삼성그룹은 최씨 모녀에 대한 두터운 지원 배경이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 등 국내 53개 대기업이 두 재단에 쏟아 부은 774억원 가운데 26.3%를 부담했다.
재단을 거치지 않고 최씨 측을 지원한 정황이 드러난 것도 현재로서는 삼성이 유일하다. 검찰은 삼성 측이 최씨가 소유한 독일 법인 ‘비덱스포츠’의 전신 코레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지원경위, 자금 조성원 등을 추적해 왔다.
현지 승마훈련 지원 컨설팅을 최씨 업체가 따내고, 결국 삼성 자금이 최씨 딸 정유라씨의 말 구입과 훈련비용 등에 쓰인 셈이다. 비덱은 최씨가 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리려 한 의혹을 받는 업체다.
그룹 대외협력담당이자 대한승마협회 회장, 부회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과 황성수 전무가 최씨 귀국 직전 독일로 출국한 정황도 불거졌다.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하고, 이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승마협회는 22명의 이사회 구성원 중 4명이 삼성 소속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조만간 박 사장 등을 불러 최씨가 코레스포츠를 실소유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특혜 내지는 불이익 모면을 기대하고 지원에 나선 것은 아닌지 사실관계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작년 3월 7년만에 승마협회 회장단에 복귀한 삼성그룹이 최씨를 통해 청와대 등 공무원에 청탁하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최씨 측에 대한 지원이 그룹 수뇌부에서 지시·보고가 이뤄진 사안인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탁 관련)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고 거리를 뒀다.
앞서 검찰은 지난 주말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소속 김모 전무, 승마협회 박모 전 전무 등을 불러 조사했다. 최씨 측근으로 알려진 박 전 전무는 정유라씨가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독일에서 훈련을 받는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삼성 측은 최씨 측의 강압에 마지못해 자금을 지원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승마협회가 작년 10월 ‘2020년 도쿄올림픽 유망주를 선발해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한 경위도 협회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지원안은 회장사인 삼성이 4년간 186억원에 이르는 후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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