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터치 이후 '메이저 인터페이스'로 음성인식 AI 자리 잡을 것"
비브 랩수 인수와 함께 삼성전자가 그리는 'AI 비전' 구체화…"S8이 그 출발"
세계 어디든 사용 가능한 'AI 플랫폼' 형성이 목표, 현재 자연어 95%까지 숙달
문맥도 파악…'대화'에 초점둔 플랫폼, 각 콘텐츠·서비스 업체가 이에 붙는 형태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내년 2월 출시 예정인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에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탑재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용자의 일상 언어를 95% 이상 캐치하는 개방형 AI 플랫폼으로 '판'을 깔면, 이를 전 세계의 콘텐츠·서비스 업체들이 고객 유치 등 각자의 필요에 따라 활용하게끔 한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큰 그림이다. 이를 폰뿐만 아니라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과도 연동해 목소리 하나로 모든 기기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는 키보드에서 마우스로의 인터페이스 전환이 PC 사용의 패러다임 전환을 불러왔듯, 모바일 환경에서 역시 터치를 넘어 음성인식 기반의 AI 시대가 열리며 또다시 큰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시작을 갤럭시S8이 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 실장(부사장)은 지난 4일 미국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 랩스 경영진 방한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갤럭시S8에 들어갈 AI 기술에 대해 "현 시장에 있는 플랫폼 및 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방법들은 굉장히 단편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는 데 반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기기와 콘텐츠, 서비스를 음성 명령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AI 오픈 플랫폼을 갖추고 'AI 시대'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지난 달 AI 플랫폼 개발업체 비브 랩스를 인수했다.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가 그리는 AI 비전의 핵심은 '세계 어디든 사용 가능한 플랫폼을 형성하는 것'"이라며 "그 출발이 갤럭시S8에 담긴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를 사용자가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간단한 기능이 아닌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로 자리잡게끔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갤럭시 스마트폰은 피자나 커피를 주문하려면 서드파티(제 3자) 애플리케이션을 써야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에 AI 플랫폼을 탑재하면 제 3의 앱 없이도 바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음성 명령을 통해 수행하게 된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평소 사용하는 일상 언어(자연어)로 스마트폰에 피자를 시켜달라는 주문을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삼성전자와 비브 랩스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피자 업체들은 자신들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원활하게 전달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AI 플랫폼을 활용, 자신의 서비스에 이 기능을 덧붙이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한 첫 번째 과제인 '사용자 언어 알아듣기' 역시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브 랩스의 AI 플랫폼의 자연어 인지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대화 수준의 95%까지 따라잡았다는 게 비브 랩스의 설명이다. 다그 키틀로스 비브 랩스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인간 수준의 정확도를 가지고 있다"며 "사용자가 디바이스에 계속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들의 실제 언어가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해서는 맥락을 알아야 한다"며 "'어젯밤 신랑이(실랑이)하는 소리를 들었어'라는 문장에서 신랑이(실랑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문맥을 파악해야 하며 현재 기술은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영어뿐만 아니라 한국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의 확대 역시 추진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더 많은 언어를 제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도 "이미 기술 개발이 이뤄진 상황에서 언어 체계를 바꾸는 것이므로 초기 단계와 같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키틀로스 비브 랩스 CEO는 "AI 관련 기술에는 더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할 것이고, 더 많은 유저들이 AI 플랫폼과 소통할 것"이라며 "우리의 아이들은 '어떻게 인터넷 없이 사셨어요?'라고 물어보지만, 이 아이들의 아이들은 '어떻게 AI 없이 사셨어요?'라고 물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플랫폼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와 향후에는 우리가 현재 인터넷을 쓰는 것 만큼이나 AI를 쉽게 쓸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로의 패러다임 전환 청사진을 함께 그릴 파트너로 삼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 세계 많은 스마트 디바이스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6개월 전 이인종 부사장이 비브랩스를 방문해 삼성의 AI에 대한 미래 비전을 공유했는데 이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것과 같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비브 랩스 경영진과 만나 향후 운영 방안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비브 랩스의 솔루션을 스마트폰과 가전제품,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과 통합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에 인수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와 스마트홈 플랫폼 업체 '스마트싱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처럼 비브 랩스의 AI 솔루션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큰 즐거움과 편리함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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