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내정자, 과거 언론칼럼 통해 '국정화 반대' 피력
"누리과정 예산도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주장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근혜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인 국정교과서 발행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2일 신임 국무총리에 전격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학교 교수(사진)가 그동안 꾸준히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국정화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0월2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국정화, 지금이라도 회군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글로벌화, 정보화와 함께 역사는 더 높은 다양성을 향해 흐르고 있다"며 "국정화로 획일성의 둑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과서를 국정으로 획일화하여 강제하기보다는 현실이라는 또 다른 교과서를 잘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슷한 시기 '교과서 국정화의 칼'이란 제목의 칼럼에선 "답은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역사교육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규정한 후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토대로 어느 한쪽으로의 획일적 역사교육을 바로잡아야 한다. 당연히 집필 검증 채택 전 과정의 참여자들도 더욱 다양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처럼 신임 총리 후보자가 국정화에 반대해 온 인사라는 점은 교육부의 교과서 발행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이 본격 추진됐던 지난해 하반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재직했던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가 최순실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정화 추진에도 최순실씨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이미 시민단체와 역사학계에서는 이달 말 공개될 국정교과서를 '순실 교과서'로 지칭하며 교육부의 강행 방침을 규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파문으로 이미 국정교과서 추진 동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김 후보자의 태도가 앞으로의 국정교과서 추진 상황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김 후보자가 현 비상시국을 돌파할 '책임총리'로서 대통령의 권한을 상당부분 이양받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가 국정교과서를 책임지고 강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후보자가 박근혜정부의 핵심 교육정책 중 하나인 누리과정에 대해서도 정부와 반대되는 입장을 보였던 점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는 올해 1월20일자 주간동아에 쓴 칼럼에서 "중앙정부 정책인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강형기 충북대 교수의 비유를 인용, "시골 동네 노인들이 돈이 없어서 점심을 먹지 못하고 있자 지나가던 서울 사람이 자장면을 시켰다. 잠시 후 배달원이 와서 자장면을 나눠줬는데, 이 경우 자장면 값은 누가 내야 하는가. 정답은 누가 생각해도 서울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배달원에게 자장면 값을 내라고 하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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