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연수 인턴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씨(60)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 현직 검사가 "검찰의 칼로 잘못된 정치, 관료시스템과 풍토를 치료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2일 연합뉴스는 박진현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 부부장검사가 전날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시국을 개탄하는 격문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박 검사는 이 글에서 "이번 수사는 정치 시스템의 정상 회복과 유지를 위해 직접 국민에 책임져야 할 중요하고도 어려운 수사로 보인다"며 "검찰이 포괄수사를 통해 개인적 범죄를 밝히고, 더 나아가 이런 심각한 국기 문란 행위가 버젓이 유지될 수 있었던 구조적 원인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부정에 타협하고 부정을 이용하며 그에 편승하여 이익이나 권력을 취득, 유지하는 일부 잘못된 정치, 관료문화를 바꾸고 국민의 사그라진 희망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검사는 법조인이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는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행위 자체도 어이없지만 그런 사람이 수년간 여러 공직자를 통해 국정 농단을 자행하면서도, 언론 보도 이전까지 전혀 견제되지 않은 채 더욱 깊숙이 곪아 들어가는 것이 가능했던 우리 정치 풍토에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 정권 들어 법조인 출신들이 비서실장이나 민정수석 등 핵심 요직에 배치됐음에도 이런 사태가 방치가 된 점을 보면 면목이 없기도 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끝으로 박 검사는 "이번 사태는 국민의 눈을 가린 채 비선 실세가 국가의 인적, 물적 자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역사를 상당 부분 후퇴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특히 '가진 것 없이 순수한 젊은이들과 어렵게 삶을 극복하는 힘없는 서민들의 희망과 꿈'을 짓밟은 것"이라고 분노했다.
한편 박 검사는 한양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31기를 수료한 후 광주지검, 대구지검 서부지청, 서울동부지검 등에서 검사로 근무했다.
유연수 인턴기자 you01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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