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30일 오전 비밀리에 전격 귀국한 비선실세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당사자 최순실(60)씨가 본격적으로 진실공방에 나서는 모습이다. '몸'은 꼭꼭 숨긴 채 변호인을 통해서다.
가뜩이나 검찰이 신병 확보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실 규명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최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국정농단 의혹의 핵심 증거물로 여겨지는 태블릿PC와 관련해 "관리인에게 그걸 줘서 버리게 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 태블릿PC에 대해 전반적으로 모르거나 나중에 차차(말하겠다)'라는 최씨의 입장을 전했다.
최씨가 소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해 각종 결정사항이나 기밀사항을 담은 문서가 다수 담겨 있었다.
jTBC는 이 태블릿PC를 입수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도했고 박 대통령도 의혹을 일부 시인했다.
이 변호사는 '태블릿PC가 누구의 것이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에서 가려질 부분"이라는 말로 수사 및 추가 의혹 제기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씨가 이처럼 귀국과 동시에 '방어'에 나서자 검찰의 태도와 의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에 머무는 동안 취재진을 피해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닌 점, 변호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혐의를 부인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병확보의 요건인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충족되는데도 검찰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검찰이) 핵심 피의자가 몸이 좀 안좋다고 하루를 기다려준 적이 있느냐"면서 "최씨가 건강이 안좋다고 하면 검찰 안에서 편하게 쉬라"고 꼬집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최근 2~3일 흐름을 보면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당사자들이 입도 맞추고 행동도 맞춰서 뭔가 정해져 있는 시나리오 대로 움직여가는 흐름이 포착된다고 규정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씨를) 지금 당장 긴급체포해서 검찰의 보호 아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입 맞추기 시간을 주면 수사 결과는 뻔하다"고 질책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씨는 명백한 범죄자"라면서 "검찰이 최씨를 공항에서 바로 체포해서 구속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최씨가 들어오는) 비행기를 타고 조금 있다가 (귀국하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체포 등 신병 확보는) 수사의 절차, 여러가지 상황을 봐서 하는 것"이라면서 "수사를 그렇게 점프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내일(31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검 기자실에서 최씨 사태와 관련한 공식 기자회견을 실시해 "국정농단, 돈(재단 관련) 문제, (딸의) 부정입학 등 세 가지의 장막을 걷어내겠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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