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시민단체·야당 "부검 시도, 진상 은폐·조작 의도 분명해져" 반발...이철성 경찰총장 등 전현직 수뇌부, 국감 위증 혐의로 고발돼...곤혹스런 경찰, 25일 부검영장 집행시한 내몰려...유족협의도 진전 안 돼, 선택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경찰의 고(故) 백남기씨 부검 영장 집행 시한이 6일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그동안 파기된 것으로 알려진 경찰의 당시 상황 속보가 발견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야당ㆍ시민단체 등은 "부검 영장이 진상 은폐ㆍ조작을 위한 시도임이 명백해졌다"며 공세에 나섰고 경찰은 수세에 몰리고 있다. 유족과의 협의도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오는 25일로 시한이 잡힌 부검영장 집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19일 오전 백남기투쟁본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파기됐다고 주장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상황 속보가 발견된 것은 부검영장 청구가 사건의 진상 및 경찰의 잘못을 은폐ㆍ조작하기 위한 시도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쟁본부 측은 또 이번 상황 속보를 계기로 부검영장 철회를 더 강력히 촉구할 계획이다. 투쟁본부 관계자는 "애초부터 나쁜 의도로 청구된 부검 영장을 당장 철회하고 사과부터 하는 게 맞다"며 "오는 주말 서울에서 집중 집회를 개최해 부검 영장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며, 시민지킴이단과 함께 영장 집행 시한까지 검ㆍ경의 부검 시도를 끝까지 막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투쟁본부 측은 이날 오후 공식 논평을 통해 경찰의 상황 속보 은폐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야당 측도 검ㆍ경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박남춘 간사 등 야당 소속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철성 경찰청장에 대한 고발 방침을 밝혔다.
이 청장은 최근 국감에서 상황 속보의 행방에 대한 질문에 "내부 규칙상 일반 상황속보는 읽고 바로 파기하기 때문에 없다. 법원에 제출한 상황속보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남겨둔 것이었는데, 현재는 그것도 없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안행위원들은 '경찰이 고의적으로 국회와 국민을 속인 중대한 위법 행위"라며 이 청장의 국감 위증 사과 및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또 "경찰이 작성한 상황보고서에 적시된 것처럼 경찰 물대포에 의해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것이 명확해졌으므로 부검 영장 강제 집행 시도를 중단하고 사죄하라"며 특검 도입 및 이 청장ㆍ강신명 전 청장 등 전현직 경찰 지휘부를 위증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인터넷 매체 '민중의소리'는 전날 경찰의 2015년 11월17일 백씨 부상 당시를 자세히 기록한 상황 속보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속보는 경찰이 당시 집회를 주도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재판에 증거 자료로 제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속보에 따르면 최근 논란이 됐던 '빨간 우비'는 백씨의 부상 전후 경찰의 상황 속보에 등장하지 않는다. 또 경찰 수뇌부들에게 실시간 전파되는 상황 속보가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의 경찰의 해명의 진실성에 금이 가게됐다.
강신명 전 청장 등 수뇌부들이 백씨의 부상 소속을 실시간으로 알지 못한 채 TV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 등의 입장이었다. 특히 사건 당시의 경위가 여러 각도에서 자세히 기록된 각종 동영상에 이어 경찰의 정보라인이 작성한 상황 속보까지 발견되면서 "사인을 정확히 밝히자"는 경찰의 부검 영장 청구 취지가 갈수록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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