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전자가 7일 '갤럭시노트7 리콜 여파'가 반영된 올해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같은 날 LG전자 역시 G5의 부진이 뼈아픈 성적표를 손에 쥐었다. 업계는 갤럭시노트7의 재판매와 V20의 출시가 이뤄진 가운데 연말 성수기를 맞는 4분기, 제조사들의 성적 만회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이 매출액 49조원, 영업이익 7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5.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5.55% 증가했다. 시장 컨세서스(추정치)와도 유사하다. 컨센서스 대비로는 매출액(50조6113억원)은 소폭 적고, 영업이익(7조4393억원)은 소폭 많은 수치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이 포함된 IT·모바일(IM) 부문의 매출액은 23조7000억~24조4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2000억~2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다. 실적이 주춤한 데는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결함에 따른 리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 IM 부문은 지난 3월 출시된 '갤럭시S7'이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를 뛰어넘는 판매 성적을 기록하면서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큰 보탬이 됐다. 올해 1, 2분기 IM 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3조8830억원, 4조3240억원으로 승승장구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8월 출시될 갤럭시노트5의 후속작을 갤럭시노트6로 명명하지 않고 상반기 히트작인 갤럭시S7과의 통일성을 강조, 갤럭시노트7으로 확정하면서 대대적인 마케팅 계획도 세워뒀다. 그러나 제품 출시 후 예기치않은 배터리 결함으로 리콜을 단행하면서 실적 오름세는 한풀 꺾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이 3분기 리콜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증가와 리콜 기간 동안 판매 중단 등 매출 손실에 따른 기회비용을 포함, 약 1조6000억원의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 갤럭시노트7의 출하량은 리콜 이슈로 10여개국 초도 출하량 250만대 수준에 그쳤다.
LG전자 역시 이날 올해 3분기 예상치를 밑도는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본부는 3분기 G5의 부진에 적자폭 확대가 예상됐다. LG전자는 지난 9월 말 출시된 프리미엄 스마트폰 'V20'을 비롯해 X 시리즈 등 중저가폰의 연말 판매 확대를 통해 실적 만회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7일 LG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잠정실적이 매출액 13조2210억원, 영업이익 28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5.8%, 영업이익은 3.7% 감소한 수치다. 전분기대비로는 매출 5.6%, 영업이익 51.6%가 감소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 매출액 13조6823억원, 영업이익 3037억원에도 소폭 못 미치는 수치다.
MC사업본부의 부진이 뼈아팠다. 업계에서는 MC사업본부가 3분기 2500억~3000억원 수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G5의 판매 부진과 이에 따른 후폭풍이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전략폰인 V20은 3분기 말인 9월29일 국내 먼저 출시됐다는 점에서 3분기 MC사업부 실적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의 4분기 폰 실적의 공은 갤럭시노트7에 있다. 현재 한국,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갤럭시노트7의 신제품 교환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재판매 시작되면서 연말 성수기를 맞는 4분기 성적표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4분기는 모바일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최대 성수기이자,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노트7을 비롯해 삼성 모바일 제품 전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갤럭시노트7 안정화 여부가 스마트폰 성적표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배터리 결함으로 인한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부정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큰 변수는 아닐 것으로 판단했다. 갤럭시노트7의 4분기 글로벌 출하량은 600만대 가량으로 예상됐다. IM 부문의 영업이익도 2조6000억~2조7000억원대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역시 이달부터 대대적으로 갤럭시노트7 마케팅을 재개하는 등 이미지 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대형 쇼핑몰, 극장가, 대학가, 주요 축제 현장 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공간에 대규모 체험존 운영을 재개했다. 지난 1일부터는 일상생활에서 홍채인식 기능으로 삼성페이를 사용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갤럭시노트7 신규 TV 광고도 시작했다. 이날부터는 갤럭시노트7 블랙 오닉스도 국내 시장에서 판매된다. 블루 코랄, 골드 플래티넘, 실버 티타늄에 이어 네 번째로 선보이는 새 컬러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끈다는 전략이다.
갤럭시노트7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는 한편, 차세대 제품에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날 발표한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기업 비브 랩스 인수가 그 예다. 삼성전자는 비브 인수를 통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든 기기와 서비스를 하나로 연결, 애플·구글 등에 대적하는 인공지능 기반의 개방형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의 경우 4분기 역시 폰 성적표가 그리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MC사업본부의 영업 손실은 1500억~3000억원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V20 출하량이 7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지만 G5의 출하량 감소로 인해 MC사업부의 적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MC사업부의 경우 매출액 감소와 고정비 감소가 동시에 발생하는 악순환 구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이 선결 과제"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지난 달 말 출시된 V20의 체험 마케팅 등을 강화하면서 연말 판매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는 세계적인 뮤지션 샘 스미스와 위켄드가 각각 등장하는 TV광고를 공개했다. 쿼드 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을 탑재한 V20를 통해 음악을 원음 그대로 선명하게 즐길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두 싱어송라이터는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한 실력파 가수다.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인 'B&O 플레이'의 사운드 튜닝으로 소비자들이 한층 더 품격 있는 사운드를 경험 할 수 있다는 점도 광고에 담았다.
LG전자는 소비자들이 V20를 직접 경험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지난 22일부터 전국 베스트샵과 이동통신 3사 매장 등 2000여 곳에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이달 28일께 판매를 시작한다. 이에 앞서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들은 다양한 사은품을 내걸고 V20의 예약판매에 들어갔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산업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장이 둔화되고,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고는 점점 수익을 내기가 어려운 비즈니스가 돼 가고 있다"며 "무리한 경쟁보다는 다운사이징과 효율화, 제품 및 지역별 포커싱 쪽으로 전략 방향을 선회하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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